의료분쟁 중 간호기록지 위조한 의사…대법 “면허 취소 못해”

입력 2022-08-09 15:08
대법원 모습. 뉴시스

산부인과 의사가 의료분쟁을 겪던 중 간호기록지를 위조해 유죄 판결을 받았지만, 의사 면허는 취소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취소처분 취소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9일 밝혔다.

산부인과 의사인 A씨 병원에서 2015년 1월 산모 B씨가 출산한 아이는 저산소성 허혈성 뇌손상을 입었다. B씨의 신고로 의료분쟁이 시작되자 A씨는 뒤늦게 간호기록지에 출산 당일 산모 B씨와 태아의 상태, 산모에게 취한 조치 내용 등을 소급해 적은 뒤 간호사들의 서명을 받아 한국의료분쟁조정중재원에 제출했다.

검찰은 2016년 9월 A씨를 업무상과실치상 및 사문서위조, 위조사문서행사 등 혐의로 기소했다. 업무상과실치상 혐의는 무죄가 나왔지만 나머지 혐의는 유죄로 인정돼 A씨는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확정받았다. 복지부 장관은 2020년 대법원에서 A씨의 형이 확정되자 A씨의 의사면허를 취소했다. A씨는 면허 취소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1심과 2심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의료법이 정하고 있는 결격 사유는 허위진단서 작성 및 행사로 제한돼있는 만큼 A씨에게 적용된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를 결격 사유로 해석할 수 없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개정 전 의료법은 범죄 종류를 불문하고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자를 의료인 결격 사유로 정했으나 개정 이후 결격 사유가 되는 범죄가 제한됐다”며 “위조사문서행사죄는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면허취소 사유가 인정되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을 유지했다. 대법원은 “의료법에서 결격사유가 되는 범죄로 정한 형법 제234조는 허위진단서 등을 행사한 경우만을 의미한다고 봄이 타당하다”며 “일반적인 위조사문서행사죄는 여기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