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민주당, 개미단체에 직접 ‘불법공매도 개혁안’ 요청

입력 2022-08-09 13:57 수정 2022-08-19 00:15

불법 공매도 이슈가 연일 자본시장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가운데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백혜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개인투자자 단체에 직접 제도개혁안을 요청한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와 여당이 불법 공매도 이슈에 적극 대응하며 대책을 주도하자 거대야당인 민주당도 이슈 선점에 나서는 모양새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현재 정무위원장을 맡고 있는 민주당 백혜련 의원실은 지난 3일 개인투자자 단체 한국주식투자자연합회(한투연)에 공매도 제도 관련 개혁안을 제출해달라고 요청했다. 한투연은 회원 5만여명을 보유한 국내 최대 개인투자자 단체다. 백 의원실 관계자는 “불법 공매도 관련 내용을 검토하기 위해 자료를 요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정무위원장이 직접 관련 단체에 접촉해 제도 관련 개혁안을 요청하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이에 따라 정의정 한투연 대표는 지난 4일 백 의원실에 총 10가지 요구안을 담은 계획서를 제출했다. 계획서는 제도개혁, 투자자보호 및 실태조사, 한투증권을 비롯한 대형 불법 공매도 사태 재조사 등 크게 3가지로 분류됐다.


정 대표는 우선 기관·외국인의 담보비율을 개인 수준으로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의 경우처럼 모든 주체의 담보비율을 130%로 통일하는 안이 제시됐다. 기관·외국인의 공매도 상환 기간을 90~120일로 제한하고 상환 후 1개월간은 동일종목 공매도를 금지해야 한다고도 밝혔다. 금융위원회가 상환 기간 제한 불가 근거로 내세운 ‘국제대차표준약관’의 경우 반드시 따라야 하는 사항인지, 미준수 시 패널티가 있는지 등을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 외에도 무차입공매도 모니터링 시스템 구축, 전일 종가 이하 공매도 금지, 공매도 총량제 실행 등이 제안서에 담겼다.

또 개인투자자 보호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지난 10년간 공매도가 실행된 계좌에 대한 전수조사를 시행해 공매도 영향을 심층 분석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6조원에 달하는 공매도 위반을 저지른 한국투자증권의 경우 임직원 징계·정상 공매도 실행 여부 확인 등을 요구했다.

민주당의 이 같은 움직임은 현재 정부와 여당이 주도하고 있는 ‘불법 공매도 엄중 대응’ 이슈를 끌어오기 위한 목적으로 풀이된다. 한국투자증권발(發) 불법 공매도 논란이 점화되자마자 대통령실에서 “이번에야말로 불법 공매도를 뿌리뽑겠다”며 선수를 친 바람에 현재 해당 이슈는 당정이 주도하는 형국인데, 여기에 거대 야당도 참전하겠다는 것이다.

금융·수사당국 등 부처합동으로 나온 불법 공매도 대응 계획은 개인 투자자들 사이에서 ‘반쪽짜리 대책’이라며 싸늘한 시선을 받고 있다. 이런 틈을 타 민주당이 차별화된 움직임을 보일 경우 개인 투자자들의 민심이 크게 동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차기 당대표로 유력한 이재명 의원은 주가 안정을 위해 공매도를 한시적으로 금지해야 한다는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를 지지해왔다.

더욱이 정부의 새로운 불법 공매도 대응책 핵심이 검찰을 동원한 수사·처벌이라는 점에서 검찰권력 비대화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금융권 내에서도 검찰력이 확대되는 게 아니냐는 것이다. 민주당이 검찰을 최대한 배제한 채 개인 투자자들의 요구를 들어 대응 방향을 수정한다면 민주당으로서는 일석이조가 되는 셈이다.

김지훈 기자 germa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