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과학기술원(UNIST) 물리학과 김재업 교수팀은 고분자 신소재를 빠르게 개발할 수 있는 ‘인공지능(AI) 고분자 시뮬레이션 기술’을 개발했다고 9일 밝혔다. 이 기술은 오픈소스 프로그램으로 공개돼 고분자 시뮬레이션 발전에 이바지할 전망이다.
분자는 옷감이나 플라스틱의 재료로 널리 쓰이고 있다. 사용목적에 따라 소재의 분자를 설계하는데 시뮬레이션을 활용한다.
최근에 새롭게 개발된 랑주뱅 장이론 시뮬레이션(L-FTS)도 최적의 고분자 구조를 찾는 작업을 수십만번 이상 반복해야 한다.
계산량이 너무 많아 고성능 그래픽 처리장치(GPU)를 사용해도 시뮬레이션 한 번에 며칠씩 걸렸다.
또 기존에 사용하는 반복법은 대략적인 예측갑에서 실제 결과까지 거리를 계산해 예측치를 수정하는 과정을 반복해 이 지점을 찾아냈는데, 한 번 찾을 때마다 예측 작업을 50회 정도 반복해야 했다.
김재업 교수팀은 AI 기술로 잘 알려진 딥러닝(Deep Learning)을 이용해 반복법의 단점을 해결했다. 인공신경망에 많은 데이터를 주고 훈련을 진행해 예측치를 더 정확하게 도출하게 만든 것이다. 이 기술을 쓰면 50회씩 반복하던 예측을 2~4회로 줄일 수 있어 기존보다 6배 이상 빠르게 시뮬레이션을 수행할 수 있다. 인공신경망 훈련을 위한 데이터 준비와 훈련에 드는 시간을 포함해도 기존 대비 최소 4배 이상 속도가 향상됐다.
김재업 교수는 “이번 기술은 심층인공신경망이 예측한 답을 그대로 사용하는 게 아니라, 예측치와 정답의 차이를 다시 계산해 새로운 입력값을 부여해 더 정밀한 예측이 가능하다”며 “이 덕분에 몇 번의 예측으로 원하는 수치적 정밀도를 얻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이어 “기존의 편미분 방정식이나 밀도 범함수 이론(DFT)의 해를 얻는 문제 등의 다양한 문제에 이 기술을 적용해볼 수 있어 여러 분야로 응용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연구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연구재단의 중견연구자지원사업과 기초연구실사업(BRL), 세종과학펠로우십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성과는 고분자 연구 권위지인 ‘매크로몰레큘스(Macromolecules)’에 9일자로 출판됐다.
울산=조원일 기자 wc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