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尹, 현장 대처역량 저하 우려해 자택서 지시”

입력 2022-08-09 12:06 수정 2022-08-09 13:19
윤석열 대통령이 9일 오전 서울 정부서울청사 중앙재난안전상황실 서울상황센터에서 열린 집중호우 대처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실은 전날 오후 서울 등 수도권 폭우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보이지 않았다는 야당 지적에 대해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9일 반박했다.

윤 대통령이 현장 인력들의 대처 역량 저하를 우려해 자택에서 전날 오후 9시부터 이날 새벽 3시까지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했다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이 경호나 의전 받으며 현장에 나가는 건 적절치 않다는 판단이 있었다. 어제 상황이라면 똑같이 판단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은 윤 대통령이 이날 새벽 6시부터 다시 보고를 받기 시작했고, 호우가 어느 정도 소강상태에 들어간 점 등을 고려해 긴급 점검회의 개최를 지시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오전 9시30분 광화문 정부서울청사 재난안전상황실에서 집중호우 대처 관계기관 긴급 점검회의를 주재하고 “소중한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킬 수 있도록 상황 종료 시까지 총력 대응해 달라”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의원들은 전날 윤 대통령이 자택에서 전화로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린 것에 대해 ‘재난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히 하지 못한 것’이라고 집중 비판했다.

민주당 고민정 의원은 “폭우로 고립된 자택에서 전화 통화로 총리에게 지시했다고 할 일을 했다고 생각하는 건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고위원 후보인 박찬대 의원은 “멀쩡한 청와대를 왜 나와서 이런 비상 상황을 통제하지 못하고 있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에 대해 “대통령이 현장이나 상황실로 이동하면 대처인력들이 보고나 의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고 오히려 대처 역량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내부 판단이 있었다”고 반박했다.

폭우로 모든 인력이 현장 대처에 매진해야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이 현장 상황실로 이동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다.

상황실에 한덕수 국무총리가 있었고 수시로 대통령실 참모들이 보고를 받고 지시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아무런 역할을 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대통령도 피해를 체감할 수 있는 상황이었다”며 “대통령께서 집에서 전화를 통해 실시간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윤 대통령 자택 주변이 침수돼 이동하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자택 주변이 침수됐다고 해서 대통령이 만약 현장에 나와야 한다고 하면 나오지 못할 이유는 없었다”고 말했다.

이어 “자택 내부에 실시간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충분한 정보를 보고받고 지시를 내릴 수 있는 시스템을 충분히 갖추고 있다”며 “대통령이 있는 곳이 곧 상황실”이라고 했다.

나성원 기자 na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