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해 공무원 피격 사건을 수사하는 검찰이 사망한 공무원 이대준씨의 표류 가능 시간대를 해양경찰청이 폭넓게 고려하지 않은 정황에 주목하고 있다. 표류 당일인 2020년 9월 21일 오전 6시를 기준으로 표류 가능 지점을 따지면 이씨가 피격됐던 북한 장산곶 해역까지 도달하는 결과가 나오는데, 검찰은 해경이 이를 의도적으로 묵살했는지 살펴보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 국민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중앙지검 공공수사1부(부장검사 이희동)는 최근 해경 등에서 2020년 9월 28일 한국해양과학기술원(해양기술원)이 해경에 이씨의 표류 가능 지점을 분석해 제출한 자료를 확보했다. 해양기술원은 표류예측시스템을 이용해 이씨가 실종됐던 21일 오전 2시부터 다음 날 오후 3시까지 표류 가능 지점을 지도 위에 점(點)으로 표시했다. 여기엔 표류 시각을 오전 6시 이후로 설정할 경우 이씨가 피습된 지점에 도달하는 결과도 포함돼 있었다.
하지만 해경은 자료 확보 이튿날인 9월 29일 중간수사 결과 발표에서 “이씨가 북한 해역까지 도달한 데에는 분명히 인위적인 노력이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표류 시각을 오전 6시 이후로 고려할 경우 피격 지점에 도달할 수 있다는 결과를 배제한 것이다. 검찰은 최근 해양기술원 관계자 등을 상대로 이러한 분석 결과를 도출한 과정과 의미에 대해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해경은 이씨 실종 관련 기자간담회를 나흘 앞둔 2020년 10월 18일 표류예측시스템을 운영하는 국책 연구기관 4곳에 ‘수영을 했을 경우’를 조건으로 한 표류 예측도 의뢰했다. 실종 당일 오전 2시부터 각 시간·방향별 수십가지 경우의 수를 분석해 달라는 요청이었다. 하지만 유의미한 답변을 한 곳은 단 1곳이었다. 당시 해경 요청을 받았던 한 연구기관 관계자는 “과학적으로 전혀 의미가 없는 것이라 아예 그냥 불가능하다고 답변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기관 관계자 역시 “그런 부분(수영)은 시스템으로 분석할 수 없는 조건이라 거절했다”고 했다.
해경은 이틀 뒤인 10월 20일에도 재차 표류 예측 분석을 의뢰하며 관련 연구자들에게 “간담회 발표에 참석해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그러나 수영 속도·방향을 분석한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 외엔 난색을 표했다고 한다. 한 연구자는 “표류 예측 결과를 자진 월북의 근거로 해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생각했었다”고 말했다. 검찰은 사실관계 기초 조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서훈 전 국가정보원장에 대한 피의자 조사를 진행할 방침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