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트진로 강원공장의 맥주 출고가 재개됐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가 공장 앞을 막아서고 농성을 벌인 지 일주일 만이다. 하이트진로는 여름 성수기 맥주 공급에 차질을 빚자 본사 직원까지 투입했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8일 오전 8시부터 본사와 공장 직원 200여명이 강원공장에 투입돼 직접 제품 출고작업을 벌였다. 하이트진로 측은 “맥주 성수기임에도 물량을 제대로 공급 하지 못하는 등 피해가 막대하다. 영업 행위를 위한 최소한 조치이자 정당한 영업행위로 회사의 생존권이 달린 문제”라고 밝혔다.
하이트진로는 홍천경찰서, 강원경찰청 등에서 경찰인력 400여명의 도움을 받아 화물연대 노조원들이 막고 있던 공장 앞 진출입로를 확보했다. 이날 오후 2시 기준으로 화물차 60여대가 물리적 충돌 없이 공장으로 들어가 제품을 싣고 나왔다. 하이트진로는 하루 최대치인 12만 상자를 출고할 계획이다. 화물연대 측에선 평소보다 적은 50여명이 시위를 벌였다.
화물연대 소속 화물차주 등 200여명은 지난 2일부터 강원공장 앞에서 농성 중이다. 이들은 지난 6월부터 소주를 생산하는 청주·이천공장에서 시위를 벌여왔다. 이번엔 성수기를 맞아 물동량이 많아진 맥주공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일부 노조원은 경찰에서 해산을 시도하자 강물로 투신하는 등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이천·청주공장 농성에서 성과가 나오지 않으니 이제는 관련 없는 강원공장까지 막아섰다. 소주에 이어 맥주 공급까지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악의적인 영업방해”라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이 이어지면서 올 여름 ‘맥주 대란’ 우려는 커지고 있다. 파업울 시작한 지난 2, 3일에는 맥주가 한 박스도 출고되지 못했다. 지난 4~5일 출고량은 평시 대비 25% 수준에 그쳤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여름 성수기에 생맥주 조달이 안 되면 타격이 크다. 생맥주는 매장에서 한번 특정 브랜드를 취급하면 바꾸기 쉽지 않은데, 공급이 어려워지면서 영업사원들이 그간 공들여 온 게 하루아침에 무용지물 될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이트진로는 파업 노동자 11명을 상대로 27억~2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 청구를 진행하고 있다. 하이트진로의 추산에 따르면 현재까지 직접 피해만 50억~60억원에 달한다. 출고 지연 등 간접 피해를 합치면 100~200억원 수준이다.
하이트진로 위탁물류사인 수양물류 측은 8일까지 업무에 복귀하는 화물차주에게는 책임을 묻지 않겠다며 협상을 벌이고 있다. 화물연대가 요구하는 휴일운송료 150% 인상을 받아들여 최종안을 제시한 상황이다.
정신영 기자 spiri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