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미경 국민의힘 최고위원과 한기호 사무총장 등 ‘친 이준석계’ 인사들이 8일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혔다. 사실상 이 대표에게 등을 돌린 것이다.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에 반발하고 있는 이 대표의 입지도 좁아지게 됐다.
정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고위원직을 사퇴하겠다”고 밝혔다. 정 최고위원은 “거대한 정치적 흐름을 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고통스러운 마음으로 서 있다”며 “지금은 무엇보다 당의 혼란, 분열 상황을 빨리 수습하는 게 먼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더이상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내홍이나 분열로 국민이 기적적으로 만든 정권 교체 시간을 실패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 공정과 상식으로 대선에서 승리했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덧붙였다.
정 최고위원은 지난주 당에 이 같은 의사를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표에게도 가장 먼저 사퇴 의사를 알렸다고 한다. 정 최고위원은 이 대표와 ‘동시 사퇴 기자회견’을 열기 위해 이 대표를 꾸준히 설득해온 것으로 전해졌다.
정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이 대표를) 설득했고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며 “(이 대표에게) 개인의 명분이나 억울함을 내려놓고 당을 살리는 방법을 고민하라 했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임명했던 한 사무총장, 홍철호 전략기획부총장, 강대식 조직부총장도 입장문을 내고 “오늘부로 당무직에서 물러난다”고 밝혔다.
이들은 “비대위원장이 임명되면 새로운 지도부를 꾸려 다시 시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당 운영을 시작하는 만큼, 전임 대표체제 하의 지도부였던 저희가 당직을 내려놓는 것이 정도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친 이준석계’ 김용태 최고위원만 최고위원 중 유일하게 사퇴 의사를 밝히지 않은 인사가 됐다.
이 대표는 여전히 ‘사퇴 불가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날 ‘정 최고위원의 사퇴 후에도 기존 입장에 변함이 없는지’를 묻는 국민일보에 “그렇다”고 답했다.
이 대표는 지난 7일에는 페이스북에 “8월 13일에 기자회견을 합니다”라고 밝혔다. 아울러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 또한 준비하는 상황으로 전해졌다. 이 대표는 비대위원장 의결이 되는 즉시 가처분 신청을 하겠다고 예고했다.
이 대표를 지지하는 모임 ‘국민의힘 바로 세우기’(국바세)는 이날 오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국민의힘의 진짜 주인은 과연 누구인가’를 주제로 긴급 토론회를 개최했다. 신인규 상근부대변인 등 80명의 참여자는 토론회에서 이 대표의 ‘당원권 6개월 정지’ 징계 결정과 비대위 전환에 문제를 지적했다.
참석자 여명숙씨는 “오늘 모인 건 한마디로 그놈의 내부총질 때문”이라며 “누가 내부총질을 했나, 내부총질을 해서 누가 맞아 죽은 사람이 있나”라고 반문했다.
이원익씨는 “당이 지금 비상상황이라고 하는데, 당이 아니라 지금 자리를 차지하고 계신 분들이 위기 상황이라고 느낀 듯하다”며 “혁신위가 발족하다 구태 세력들은 자기 자리에 대한 위기라 느낀 것”이라 일갈했다.
다만 한 참석자는 “이제 넋두리 투쟁은 그만하고 어떻게 하면 국민에 이익되는 일을 할 것인가 논의해야 한다”며 효력 정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강보현 기자 bob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