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가 8일 휴가에서 복귀한 윤석열 대통령에게 취임 100일이 되는 오는 17일까지 내년도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에 대한 입장을 밝힐 것을 요구했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이 이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전장연은 이날 오전 서울 용산구 삼각지역 승강장에서 장애인 권리예산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증액할 것을 요구하는 삭발식을 마친 후 윤 대통령을 향한 요구를 담은 서한문을 대통령실에 전달했다.
이들은 “윤석열 대통령님 휴가 잘 다녀오셨습니까. 21년을 외쳐도 기본적인 권리를 보장하지 않는 국가의 역할을 다해주십시오”라고 말했다.
전장연은 “윤 대통령은 취임사에서 ‘우리는 세계 10위권 경제대국 그룹’이라고 했지만, 대한민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장애인복지 지출이 가장 적다”며 “기획재정부의 내년도 계획에 장애인권리예산을 반영해달라”고 주장했다.
이어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부자들에게 5년간 60조원을 감세하겠다고 소신 결단했지만, 장애인 권리를 보장할 예산은 ‘검토하겠다’며 외면하고 있다”며 “향후 5년 동안 정부와 국회가 해야 할 일은 60조원의 부자 감세가 아니라, OECD 평균 수준의 장애인권리예산 증액을 약속하고 실행하는 것”이라고 했다.
전장연은 정부가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윤 대통령이 취임 100일을 맞는 오는 17일 출근길 지하철 시위를 진행하겠다고 예고했다.
삭발식을 마친 전장연은 서한문 전달을 위해 삼각지역 1번 출구부터 용산 대통령실 앞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 4개 기동대 400여명이 삼각지역 사거리 일대를 통제했다.
박경석 전장연 상임공동대표는 서한문 전달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강승규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이 나와 서한문을 받았다”며 “말뿐인 검토 노력이 아닌 예산 반영으로 응답해주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박성영 기자 ps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