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박9일 일정의 미국 출장을 간 것을 두고 일각에서 “5000만원짜리 느슨한 출장”이라며 출장 경위를 밝히라는 지적이 나온 가운데 법무부가 “사실이 아닌 왜곡된 내용”이라며 반박에 나섰다.
하승수 변호사(세금도둑잡아라 공동대표)는 7일 오전 민중의소리 기고문을 통해 “한 장관이 ‘검찰총장 임명 제청처럼 꼭 해야 할 현안들은 미루면서, 왜 미국 출장은 급하게 갔어야 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하 변호사는 8월 5일 국외 출장 연수 정보 시스템에 올라온 출장 계획서엔 미 연방 장관 회담으로 기재됐는데, 실제로 한 장관은 차관보 겸 형사국장을 만난 것으로 돼 있다고 구체적인 사례를 언급했다.
이어 하 변호사는 “출장 계획서상엔 7월 2일(토)부터 7월 4일(월) 일정엔 주 유엔대표부 오찬 외엔 없다”며 “7박9일짜리 국외 출장치고는 일정이 너무 느슨하다는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는 공개된 출장 결과 자료에 나온 출장비 4840만원을 짚으며 “국민의 세금으로 이뤄진 출장이고, 취임 초기의 법무부 장관이 해야 할 일도 미루고 간 출장이기 때문에 당연히 출장의 경과는 투명하게 밝혀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가세했다. 김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약 5000만원의 예산을 쓰고 검찰총장 추천까지 뒤로 한 채 다녀온 출장이 황당한 결과”라며 “5000여만원의 혈세로 간 출장이 너무 허술하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놀러 간 것인지, 아니면 정말 딸 문제로 수사를 무마하기 위해 갔다는 세간의 의혹이 사실인 것인지 알 수 없다”며 “분명하게 따져 묻고 책임을 지워야 할 사안”이라고 주장했다.
법무부는 취재진에 반박 설명 문자 메시지를 통해 “전혀 사실이 아니고 왜곡된 내용이 많아 그 경위를 설명한다”고 대응에 나섰다. 법무부는 “출장단은 총 11회의 공식 일정(기관 방문 7회, 외교부 고위 관계자 면담 3회, 참전비 헌화)을 촘촘하게 소화했다”고 했다.
법무부는 특히 과거 장·차관의 국외 출장 비용을 언급하며 오히려 예산을 줄인 것이라고 강조했다. 법무부는 “이번 법무부 장관 미국 출장은 사이버 범죄, 금융 범죄 등 형사 사법 공조 강화, 고위 공직자 인사 검증 시스템 운영 방안 논의 등을 위해 7박9일 일정으로 진행됐다”며 “전례에 비해 출장단 규모를 최소화(실무자 3명만 수행)해 불요불급한 예산을 대폭 절감했다”고 했다.
구체적으로는 “과거 모 장관 국외 출장의 경우, ‘워싱턴 DC와 뉴욕 6박8일 출장’ 때 총 6명의 출장단이 합계 7873만원 상당을 경비로 사용했고, 모 차관 국외 출장의 경우 ‘프랑스, 스페인 8박9일 출장’ 때는 총 9명의 출장단이 합계 9106만원 상당을 경비로 사용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미 연방 법무부 장관과 회담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에는 “한·미 양국 법무부는 한 장관의 미국 출장 기간 양국 법무부 장관 회담을 실시하는 것에 합의한 바 있으나, 출국 이후 세부 일정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일정이 맞지 않아 불가피하게 성사되지 못했다”며 “양국 장관은 추후 만나기로 약속했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양국 법무부는 미 법무부 최고위급 인사들 7명이 한꺼번에 모일 수 있는 날(6월 30일)로 한 장관의 방문 일정을 조정한 바 있고, 출장단은 미 법무부 최고위급 인사들과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고 설명했다.
7월 2~4일 사흘간 느슨한 일정이었다는 지적에는 “출장단은 ‘인천-워싱턴 DC’ 간 14시간 비행 직후 같은 날(6월 29일) 월드뱅크(워싱턴 DC)를 방문한 것을 시작으로, 미국 법무부, 연방 수사국(FBI) 등을 순차 방문하며 협력 방안을 논의하였고, 주말과 귀국일을 제외하고 매일 공식 일정을 수행했다”고 반박했다.
아울러 법무부는 “출장 계획서는 준비 단계에서 사전에 작성되는 것”이라며 “실제 출장 과정에서 현지 사정이나 일정 추가·조정 필요성에 따라 변경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