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 후기> 재능이 ‘주능(주님이 주신 능력)’ 되면?

입력 2022-08-07 20:14 수정 2022-08-08 20:26
영화 '엽기적인 그녀' 中

고혹적인 자태로 윤기가 흐르는 머리카락을 쓸어 내리며 “저요? 엘라스틴 했어요”라고 말하는 전지현, 다른 남자와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는 연인을 보며 슬퍼하는 차태현을 향해 매몰차게 “사랑은 움직이는 거야”라고 말하는 김민희.

이게 무슨 타임머신 타고 밀레니엄 시대로 돌아간 아재의 추억팔이냐고 할 지 모르겠지만 최근 인터뷰를 위해 채은석 감독을 만나러 가는 길, 가슴팍엔 적잖은 설렘이 자리잡고 있었다. 채 감독은 앞서 언급했던 광고 속 장면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던 그야말로 스타 감독이었다. ‘광고쟁이’를 꿈꾸며 캠퍼스를 누비던 내게 꽤나 인상 깊은 광고 캠페인으로 남아 있는 작품들이었기에 더 그랬을 거다.

광고 뿐만이 아니다. 영화 ‘태풍’ ‘우리 형’ ‘비열한 거리’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등의 예고편이 그의 손을 거쳤다. 그와 함께 만난 스토리보드 작가 임재완 감독, 한지선 키바스(키즈 바이블 애니메이션 스토리) 대표 또한 영화계에서 잔뼈가 굵은 전문가들이다. 만남 자체가 설렘이 적을 수 없는 조합인 셈이다.
다음세대를 위한 기독교 애니메이션 콘텐츠 기업 ‘키바스’의 주요 스태프들이 지난 4일 서울 강남구의 작업실에서 콘텐츠 제작과정을 소개하며 웃어보이고 있다. 왼쪽부터 임재완 감독 한지선 대표 채은석 감독. 신석현 포토그래퍼

물론 이들과의 대화는 광고계 영화계의 울타리에 머물지 않았다. 자연스럽게 어린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 콘텐츠를 제작하게 된 스토리로 이어졌다. 그 과정에서 이들을 하나로 연결하는 교집합이 보였다.

상업 예술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는 탁월한 재능? 아니다. 재능을 ‘주능(주님께서 주신 능력)’이라 여기며 평생을 살아온 이들의 세계관이다. 사람마다 재능은 각기 다르다. 하지만 그 재능이 어떤 세계관과 맞닿아 있느냐에 따라 생의 길을 내는 방향은 천차만별이다.

이들이 ‘키바스’란 이름으로 업로드 한 영상들엔 쉴 새 없이 ’귀염뽀짝’한 성경 속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그 캐릭터들의 모션과 모션을 잇는 건 ‘핑크퐁’이 부럽지 않을 멜로디와 ‘요게벳의 노래’만큼 가슴을 저미게 하는 노랫말이다.

그 출발점은 시선이다. 바로 재능이 세계관과 맞닿아 있을 때 어떤 장면을 보고 꽂혔던 시선말이다. 각각 남매의 엄마, 형제의 아빠로 살아가는 한 대표와 임 감독은 입을 모았다.

“식당에 갔는데 가족 방문객들이 많더라고요. 아기 의자에 자녀를 앉히고 식사하는 사람들이 많았는데 유심히 보니 비슷한 또래의 아이들 대다수가 태블릿이나 스마트폰 화면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는 거에요. 핑크퐁의 ‘아기 상어’였죠. ‘이거다’ 싶었어요.”

그렇게 탄생한 콘텐츠들은 유튜브의 바다로 흘러 전 세계에서 사랑을 받고 있다.
그렇게 주 품에서 재능을 갈고 닦은 이들은, ‘주능’을 한 데 모아 주님을 알고 싶어하는 아이들을 위해 쏟아내고 있었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