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정부가 탈(脫)탈원전을 공언하며 주력 에너지원으로 원전을 내세웠지만 재생에너지를 포기할 수는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큰 이유는 국제사회 흐름이다. 일례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100% 재생에너지로 전환하는 ‘RE100’의 경우 현재로서는 ‘자발성’을 전제로 한다. 하지만 앞으로는 의무 사항이 될 가능성이 높다. 거대한 무역장벽이 생기는 것이다. 수출 중심인 한국으로서는 RE100 등 국제 기조에 부합하기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를 늘릴 수밖에 없는 형편이다.
일단 정부는 지난달 발표한 새 정부 에너지 정책 방향을 통해 원전을 강조하고 재생에너지 방향성은 간단하게만 언급했다. ‘태양광, 풍력(해상) 등 에너지원별 적정 비중을 도출하겠다’ 정도가 재생에너지 관련 내용이다. 연말 발표 예정인 ‘제10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에 구체적 내용이 담기겠지만 업계 입장에서 재생에너지 비중 축소는 이미 기정사실이다.
축소는 하겠지만 재생에너지를 아예 늘리지 않겠다는 것은 아니다. 비중을 축소하기에는 이미 재생에너지 규모나 역할이 적지 않다. 7일 한국전력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에 설치된 재생에너지 발전용량은 2만3014㎿에 달한다. 전체 원전 발전용량(2만3250㎿)과 비슷한 규모다. 거래량도 무시하기 힘든 수준이다. 지난 1~6월 기준 재생에너지로 생산한 전력거래액은 월평균 4493억원에 달한다. 수치로 잡히지 않는 자체 생산·소비용 소규모 재생에너지 설비까지 더하면 실제로는 더 많은 양의 전력을 재생에너지가 담당하고 있다.
정부가 화력발전처럼 재생에너지를 줄이겠다는 입장이 아닌 점도 주목할 만하다. 정부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을 감안할 때 원전과 함께 재생에너지도 늘릴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내 기업의 국제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라도 재생에너지 확대는 불가피하다. 국내 모든 기업이 국제 표준으로 부상하고 있는 RE100을 이행하려면 현행 재생에너지 설비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게 중론이다. 유럽연합(EU)이 탄소 배출이 많은 국가에서 생산한 제품에 부과하려 하는 ‘탄소 국경세’ 역시 재생에너지 확대가 필요한 이유로 꼽힌다. 원전과 재생에너지를 병행해야 탄소 배출 감축량을 더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우려되는 부분은 정부 정책 기조가 바뀌면서 재생에너지 관련 투자가 줄 수 있다는 부분이다. 전문가들은 원전을 강조하더라도 재생에너지 투자를 줄이는 것은 상책이 아니라고 입을 모은다. 이준신 성균관대 전자전기공학부 교수는 “재생에너지는 꾸준한 투자가 필요하다. 현재 속도가 국제 기준에 비해 빠르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세종=권민지 기자 10000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