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청이 지난 10년간 국가경찰위원회가 인사, 예산 등 경찰행정 전반에 대해 심의‧의결한 1200여건을 모두 이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경찰국 신설’ 논리로 “기존의 국가경찰위가 심의·의결한 내용은 아무런 기속력이 없다”고 말한 것과 달리, 경찰은 국가경찰위의 결정을 충실하게 따랐던 것이다.
또 2018년 김부겸 당시 행안부 장관은 대법원장 차량에 대한 인화물질 투척사건 등 사건이 발생하자, 국가경찰위를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규정하며 대책을 논의해달라고 긴급 안건 부의를 요청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이형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국가경찰위로부터 받은 ‘국가경찰위 심의·의결 안건에 대한 경찰청 추진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가경찰위는 2012년 1월 1일부터 지난달 29일까지 약 10년간 총 1259건을 의결했고 경찰청은 이를 모두 이행했다.
또 행안부 장관은 10년간 국가경찰위 의결사항에 대해 ‘재의(다시 의결)’를 요구한 적이 한 번도 없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법에 따르면 행안부 장관은 국가경찰위가 심의‧의결한 내용이 적정하지 않다고 판단할 때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
이 의원실에 따르면 국가경찰위가 10년간 심의·의결한 사항은 주로 경찰공무원 인사, 예산편성, 경찰의 중장기 발전계획 등 주요 정책이었다. 지난해의 경우 국가수사본부 신설 및 자치경찰제 도입에 따른 기구 신설, 인력 증원 등 조직개편 사항을 심의‧의결했다. 운전면허 관련 규정에 ‘개인형 이동장치’ 적용 등 경찰 행정 전반에 대해서도 심의하고 의결했다.
앞서 이상민 장관은 지난달 2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경찰국을 신설하지 않고도) 현재 국가경찰위를 통해 경찰에 대한 민주적 통제가 가능하지 않냐’는 질의에 “국가경찰위는 행안부 내 자문위원회다. 심의·의결한 내용은 아무런 기속력이 없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이 장관은 “법을 살펴봐도 그것을(국가경찰위를) 자문기구가 아니면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해야 할 텐데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볼 수 있는 근거는 전혀 없다”고 했었다.
그러나 이형석 의원은 “10년간 경찰과 행안부 장관이 국가경찰위의 의결사항을 모두 따랐다는 건, 국가경찰위의 의결사항을 그만큼 존중하고 권한을 인정했다는 방증”이라며 “국가경찰위를 ‘기속력 있는 합의제 의결기관’으로 규정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실제로 행안부가 2018년 11월 30일 배포한 ‘행안부 장관, 경찰청에 법질서 및 경찰 공권력 엄정 확립 대책 조속 마련 지시’ 보도자료를 보면, 행안부는 국가경찰위를 ‘국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설립된 행정안전부 소속 합의제 행정기관’이라고 적시했다.
당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법원장 차량에 대한 인화물질 투척사건, 유성기업 구금·폭행사태 등 법질서를 심각하게 훼손하는 사건들이 잇따라 발생하자, ‘경찰의 공직기강과 인사제도와 관련한 대책’을 국가경찰위에서 논의해달라며 긴급 안건 부의를 요청했다.
이 의원은 “윤석열정부가 경찰국 신설을 강행하면서 국가경찰위의 권한을 애써 격하하는 것은 민주화 역사와 가치를 무시한 채 경찰을 ‘정권의 경찰’로 만들려는 음험한 시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국가경찰위의 의결사항과 ‘옥상옥’격인 행안부 경찰국의 결정이 충돌할 경우 경찰 행정은 큰 혼란에 휩싸일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규영 기자 ky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