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 죽는다!” 펠로시 만나려다 팽개쳐진 이용수 할머니

입력 2022-08-05 04:16
4일 국회 사랑채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기다리다 국회 경호팀의 과잉 경호로 휠체어에서 떨어진 이용수 할머니. MBN 보도화면 캡처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4)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려고 국회를 찾았다가 경호원들의 과잉 제지로 부상을 입었다.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와 추진위 관계자들은 이날 낮 12시20분쯤부터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 사랑재에서 대기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55분부터 오후 1시쯤까지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사랑재에서 오찬을 했다.

사고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 벌어졌다. 국회 경호팀은 펠로시 의장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이 할머니가 타고 있던 휠체어를 급하게 옮기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이 할머니가 휠체어에 떨어져 바달에 나동그라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 10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가 앉아계신 휠체어를 무작정 끌어당겨서 외곽으로 옮겨버리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할머니가 땅바닥에 넘어져 양 손바닥을 긁히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4일 국회 사랑채에서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기다리다 국회 경호팀의 과잉 경호로 휠체어에서 떨어진 이용수 할머니. MBN 보도화면 캡처

추진위가 제공한 당시 영상에는 이 할머니가 “냅둬라. 이거 와 이라노? 이거 사람 죽인다 이거!”라고 소리치고, 여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 일어나세요, 이러다 다치세요”라며 그를 일으키려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결국 이 할머니의 펠로시 의장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진위는 전날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위안부 문제를 미국 하원이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 121호’(HR121호)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며 이 할머니 면담을 요청했었다.

이 할머니는 사고 이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