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94)가 낸시 펠로시 미국 하원의장을 만나려고 국회를 찾았다가 경호원들의 과잉 제지로 부상을 입었다.
4일 ‘일본군 위안부 문제 국제사법재판소 회부 추진위원회’(이하 추진위)에 따르면 이 할머니와 추진위 관계자들은 이날 낮 12시20분쯤부터 펠로시 의장과의 면담을 요청하기 위해 국회 사랑재에서 대기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날 오전 11시55분부터 오후 1시쯤까지 김진표 국회의장과 회담한 뒤 공동 언론발표를 하고 사랑재에서 오찬을 했다.
사고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 벌어졌다. 국회 경호팀은 펠로시 의장의 동선을 확보하기 위해 이 할머니가 타고 있던 휠체어를 급하게 옮기려 했고, 이 과정에서 이 할머니가 휠체어에 떨어져 바달에 나동그라졌다.
추진위 관계자는 “펠로시 의장이 사랑재에 도착하기 전 10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가 앉아계신 휠체어를 무작정 끌어당겨서 외곽으로 옮겨버리려고 했다”며 “이 과정에서 할머니가 땅바닥에 넘어져 양 손바닥을 긁히고 심한 정신적 충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추진위가 제공한 당시 영상에는 이 할머니가 “냅둬라. 이거 와 이라노? 이거 사람 죽인다 이거!”라고 소리치고, 여러 명의 경호원이 “할머니 일어나세요, 이러다 다치세요”라며 그를 일으키려는 과정이 고스란히 담겼다.
결국 이 할머니의 펠로시 의장 면담은 이뤄지지 않았다. 추진위는 전날 펠로시 의장에게 서한을 보내 위안부 문제를 미국 하원이 채택한 ‘위안부 결의안 121호’(HR121호)에 따라 해결해야 한다며 이 할머니 면담을 요청했었다.
이 할머니는 사고 이후 서울 여의도 성모병원으로 옮겨졌다. 다행히 큰 부상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