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면서 차기 당권주자들의 발걸음도 덩달아 빨라지고 있다.
새로 선출되는 당대표는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되면서 당대표직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국민의힘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인물 중 가장 발 빠르게 움직이는 것은 김기현 의원이다.
최근 김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민생경제·외교안보 분야 등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있다.
특히 김 의원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공격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김 의원은 지난달 28일 이후 현재까지 이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5개나 올렸다. 김 의원은 이틀에 한 번 꼴로 이 의원 비판에 나선 것이다.
이 의원의 민주당 대표 선출이 확실해지면서 ‘김기현 대 이재명’ 구도를 만들기 위한 의도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김 의원이 의원실 보좌관으로 홍보 전문가 A씨를 채용한 것도 예사롭지 않은 대목이다.
A씨는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캠프 미디어본부에서 디지털캠페인 및 국민소통을 담당했다. A씨는 당시 2030세대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쇼츠(shorts·59초 분량의 짧은 영상) 제작에 참여했다고 한다.
다만 김 의원은 당대표 출마와 관련해 신중한 입장을 보였다.
김 의원은 이날 YTN에 출연해 ‘이번에 당대표 선거하면 나가는 것 아닌가’라는 질문을 받고 “지금 누가 대표가 되는 게 중요한 게 아니고 당을 어떻게 하면 정상화 시킬 것인가(가 중요하다)”며 “출마에 관한 이야기는 지금 할 계제가 아니라고 본다”고 답했다.
또 다른 당권주자인 안철수 의원도 민·당·정 토론회 등을 통해 세 규합에 나서며 몸풀기를 하고 있다.
안 의원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딸 안설희 박사를 만나기 위해 부인 김미경 교수와 미국에 머물고 있다. 안 박사는 캘리포니아주에 있는 UC샌디에이고대에서 연구원으로 근무 중이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보좌진들과 수시로 연락하며 정책 구상을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안 의원은 조만간 비대위 체제 전환 수순을 밟는 데 대한 입장도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안 의원은 비대위 체제 전환과 관련해 입장을 내놓지 않은 채 거리를 두고 있다. 안 의원이 안 박사를 만나기 위해 지난달 30일 미국으로 출국한 것도 비대위 체제 전환을 둘러싼 당 내분과 ‘거리 두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왔다.
안 의원은 오는 7일 한국에 들어올 예정이다.
이런 상황에서 안 의원은 낸시 펠로시 미 하원 의장의 아시아 순방과 관련해 “‘칩4(Chip4·반도체 공급망 동맹)’ 가입에 대한 결정의 순간이 임박했음을 상기시킨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서 올린 글에서 “칩4 가입 시 중국 수출의 감소로 경제적 타격이 예상되는 건 분명하다”면서도 “단기적 손해에도 불구하고 중장기적으로 차세대 반도체 공급망에 참여하고 그 표준과 기술 자산에서 소외되지 않기 위해서는 가입은 불가피하다”고 주장했다.
손재호 기자 sayh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