젠지의 경기력이 심상치 않다. ‘룰러’ 박재혁은 비결로 선수단의 ‘위닝 멘털리티’ 장착을 꼽았다.
위닝 멘털리티란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어도 자신 또는 자신의 소속팀이 결국엔 이길 것이란 믿음과 자신감을 의미한다. e스포츠 종목에서는 ‘안진마’(안 진다는 마인드)로 표현하기도 한다. 종목 불문 위대한 스포츠팀들은 대부분 위닝 멘털리티로 무장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박재혁은 매치 8연승, 세트 16연승을 달리고 있는 젠지 선수들이 이 마음가짐을 갖췄다고 말했다.
“확실히 그런 게 있다. 안 질 거 같다. 예전 강팀들을 보면서 그런 느낌을 받았다. 예를 들면 올해 스프링 시즌의 T1을 보면 그들이 아무리 불리한 상황에 놓여 있어도 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예전 젠지도 강팀이었지만, 그런 느낌까지는 받지 못했다.”
“하지만 지금의 젠지는 그 어떤 상황을 마주해도 지지 않을 것 같다. 게임을 하면서도 ‘이대로 있으면 이길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안진마’는 신뢰로부터 온다. 나는 팀원에 대한 신뢰가 두텁고 팀원들은 나에 대한 신뢰가 두텁다.”
박재혁은 “실제로 올 시즌에 역전승을 많이 보여드렸다”면서 T1과의 2라운드 대결 1세트, DRX와의 1라운드 대결 1세트, 리브 샌드박스와의 2라운드 대결 1세트를 예로 들었다. 이어 재차 “지금은 안 질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면서 “팀의 뒷심이 확연히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젠지는 늘 뒷심 싸움에 자신이 있다. 후반 원거리 딜러 캐리 싸움에서 밀릴 이유가 없어서다. 팀과 함께 박재혁 개인의 기량에 대한 평가도 치솟고 있다. 그는 이날 1세트 때 야스오로 3킬 2데스 7어시스트, 2세트 때 제리로 5킬 0데스 3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그는 과감함과 안정성이란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
박재혁은 물오른 기량의 비결로 팀원들과의 좋은 시너지, 경험 누적에 따른 한타 실력 향상 등 두 가지를 꼽았다. 그는 “팀원들과의 시너지도 잘 맞지만, 개인적으로도 한타 상황에서 각을 잘 볼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라인전은 원래부터 잘했다고 스스로 생각한다. 지금은 한타에서 지금 평타(기본공격)를 치면 죽는 상황인지, 아닌지를 아주 잘 알고 있다. 데뷔 후 몇 년 동안 많이 죽어 보면서 ‘지금은 해도 된다’ ‘지금은 안 된다’의 타이밍을 혼자서 터득했다. 그런 감각이 몸에 배어서 좋은 결과가 나오는 것 같다.”
젠지는 이제 대권 도전을 노릴 만한 전력으로 평가받는다. 박재혁은 팀이 ‘LoL 월드 챔피언십’(롤드컵)에 출전하면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릴 수 있을 만하다고 봤다. 블랙&골드의 프랜차이즈 스타는 특히 중국 ‘LoL 프로 리그(LPL)’ 팀들과의 보텀 맞대결에 대한 자신감을 피력했다.
“아마 LPL 보텀 선수들도 나와 붙는 걸 ‘할 만하다’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런데 나도 그들한테 지진 않을 것 같다. 아마 그들과는 롤드컵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재밌는 경기가 나오지 않을까? 솔직히 기대도 된다.”
물론 롤드컵을 바라보기엔 아직 시기가 이르다. 서머 시즌 정규 리그가 여전히 진행 중이고, 다음 상대는 암초가 될 수 있는 담원 기아다. 박재혁은 “담원 기아는 창출하는 변수가 많은 팀이다. 강팀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물론 이길 자신이 있는 것은 마찬가지다. 박재혁은 “우리가 제일 잘하는 팀이라고 생각한다”면서 “열심히 준비해서 보시는 분들도, 우리 선수들도 재밌을 경기를 하고 싶다. 시즌이 막바지에 돌입한 만큼 끝까지 집중력을 유지하기 위해 힘쓰겠다”고 덧붙였다.
윤민섭 기자 flam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