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전국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서병수 의원은 3일 “당헌·당규상 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하면 최고위원회라는 지도부가 해산하도록 돼 있다”면서 “(이에 따라) 자동적으로 이준석 대표도 제명이랄까, 해임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당 지도부 차원에서 비대위 구성과 동시에 이준석 대표가 물러날 것이라는 해석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국위 의장인 서 의원은 비대위 구성에 핵심적인 역할을 맡고 있다. 비대위가 꾸려지기 위해선 반드시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서 의원이 이준석 자동 해임론을 언급해 파장은 확산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즉각 반발했다. 또 국민의힘 일각에서는 비대위 전환에 반대하거나, 이 대표 복귀를 전제하고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주장이 계속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서 의원은 이날 국회 기자회견에서 “비대위가 만들어지는 즉시 전임 지도부는 해산된다”며 “비대위원장이 당대표 권한을 갖게 되고, 이 대표의 권한은 없어진다”고 말했다.
당 기획조정국도 서 의원의 해석에 동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 의원은 이어 “비대위가 출범하게 되면 다음에 열리는 게 전당대회”라며 “(차기 지도부는) 2년 임기를 가진 온전한 지도부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비대위 이후 실시되는 전당대회를 통해 선출되는 새 당대표가 2024년 총선 공천권을 행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국민의힘은 전속력으로 비대위 체제 전환을 밀어붙이고 있다. 국민의힘은 오는 5일과 9일 상임전국위와 전국위를 각각 열기로 했다. 늦어도 10일까지는 비대위 출범을 위한 모든 절차를 마무리할 계획이다.
서 의원은 비대위의 성격과 기간에 대해선 “권성동 원내대표와 최고위원 등이 논의해 전국위 전에 결정돼야 한다”며 공을 넘겼다.
이 대표는 서 의원의 회견 직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거친 표현을 쓰며 거세게 반발했다.
이 대표는 “끼리끼리 이준석을 욕하다가 문자가 카메라에 찍히고, 지지율이 떨어지니 내놓은 해법은 이준석의 복귀를 막는다는 판단”이라고 주장했다.
이 대표는 “그 판단 이후에 어떻게든 실현시키기 위해 당헌·당규도 바꾸고 비상 아니라더니 비상을 선포한다”고 비판했다. 당의 상황을 비상 상황으로 규정하며 비대위 전환을 추진하는 국민의힘 지도부를 공격한 것이다.
이 대표는 “‘용피셜’하게 우리 당은 비상 상태가 아니다”라며 “내부총질하던 당대표가 바뀌니 참 달라졌고 참 잘하는 당 아닌가”라고 비꼬았다.
‘용피셜’은 용산 대통령실의 앞글자와 영단어 ‘오피셜(official·공식적인)’을 합친 단어라는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가 용산에 있는 대통령실을 겨냥했다는 것이다.
당내 반발도 이어졌다. 국민의힘 혁신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재형 의원은 “비대위 설치를 강행할 경우 당은 더 혼란에 빠질 수 있다”며 아예 비대위 구성을 반대했다.
조해진 의원은 혁신위원회 전체회의 전 기자들과 만나 “이 대표의 자동 해임 (규정은) 당헌·당규에 없다”면서 “이 대표는 내년 1월 본인의 복귀 의사에 따라 복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조 의원은 페이스북에 올린 글을 통해선 “당대표가 법적으로 살아있는데, (전당대회를 통해) 새 대표를 선출하면 그것은 코미디”라고 비판했다.
하태경 의원은 BBS라디오 인터뷰에서 “비대위로 가더라도, 이 대표가 컴백 가능한 시한부 비대위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박세환 구승은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