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릴 수도, 도망갈 수도 없는 비행기 안에서 테러가 발생한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까. 영화 ‘비상선언’은 예상치 못한 재난 앞에서 볼 수 있는 인간의 모습을 다양하게 그려낸 영화다. 개봉일인 3일 한재림 감독은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재난은 우리 마음속에 있는 두려움이다. 이 두려움 때문에 인간성의 훼손, 증오심과 이기심이 나타나게 된다”며 “(‘비상선언’은) 재난이 지나간 후 사람들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집중했다”고 연출 의도를 밝혔다.
그의 설명처럼 영화의 전반부는 항공 테러 사건에 집중하고, 후반부에는 테러로 인해 나타나는 다양한 반응과 현상을 다룬다. 한 감독은 ‘비상선언’ 내의 재난 상황과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을 겹쳐봤다. 그는 “(영화적 상상과) 비슷한 사건을 현실에서 목도했을 때 기막힌 감정이 들었다”며 “내가 (영화에서) 그리려고 했던 것처럼 그래도 우리는 재난을 잘 이겨내고 있어서 안도했다”고 전했다.
배우 송강호가 연기한 형사팀장 인호를 통해 한 감독은 희망을 보여주려 했다. 인호는 지상에서 목숨을 걸고 기내 승객들을 구하려 애쓴다. 비행기에는 그의 아내도 타고 있었다. 한 감독은 “재난을 이겨낼 수 있는 건 인호를 비롯한 모든 인물이 보여주는 아주 작은 인간성, 조금의 용기”라며 “따뜻한 연대감이 이 세상의 재난을 이겨낼 수 있는 힘”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영화는) 인간이 갖고 있는 두려움을 어떻게 ‘인간으로서’ 극복해낼 것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고 덧붙였다.
인호역엔 처음부터 송강호를 점찍었다. 송강호를 캐스팅하지 못하면 이 영화를 안 하겠다고 생각할 정도였다. 송강호에 대해 한 감독은 “여러 배우가 나오는 작품을 찍으면서 많이 의지한 배우이자 선배”라고 언급했다.
관객들이 영화를 보고 어떤 감정을 느끼길 바라는지 묻자 ‘힐링’이란 답이 돌아왔다. 한 감독은 “‘마음이 너무 따뜻해졌다’는 말이 듣고 싶다”며 “재난 앞에서 인간은 두렵고 힘들 수 있지만 도망가지 않고 대처하는 ‘성실함’이 모여서 극복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고 부연했다. 한 감독은 ‘우아한 세계’(2007), ‘관상’(2013), ‘더 킹’(2017) 등 다수의 히트작을 연출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