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갈등 최고조에 난감한 애플

입력 2022-08-03 15:43 수정 2022-08-03 16:34

미국과 중국의 갈등이 극한 상황으로 치달으면서 애플이 난감한 상황에 빠졌다. 미국을 대표하는 기업인 애플은 중국, 대만과 뗄 수 없는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국-중국-대만 간의 관계가 현재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뒤틀리면 제품 생산부터 판매까지 사업 전반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코로나19를 거치면서 ‘중국 리스크’를 체감하고 생산기지를 해외로 옮기려고 노력하고 있다. 올해 초 상하이 봉쇄로 제품 생산 및 유통이 중단되면서 애플은 2분기에만 40억 달러가량의 손실을 보았다. 애플은 그동안 중국에 집중됐던 제품 생산을 베트남, 인도 등으로 다각화하고 있다. 하지만 중국을 완전히 대체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 경영 및 기술 프로그램 책임자 개드 앨런은 “현재 시점에서 애플의 요구를 충족하면서 중국을 대체할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곳은 없다”고 강조했다.

게다가 중국은 애플에게 아주 큰 시장이다. 올해 2분기 실적에서 중국은 북미, 유럽에 이어 매출 비중이 세 번째로 높은 지역으로 나타났다. 전체 매출의 17.6%가량이 중국에서 발생했다. 미중 갈등 상황이 지금보다 심각해져 경제 제재 등이 현실화하면 애플로선 타격이 불가피하다.

특히 미국 정부 차원에서 중국에 기술 및 장비 수출뿐만 아니라 제품 판매까지 금지할 경우 애플은 사업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게 될 수도 있다. 애플은 9월 아이폰14 출시를 앞두고 있다. 하반기는 애플이 신제품 효과로 매출을 끌어올리는 기간이기도 하다.

중국 정부 차원에서 미국 제품에 대한 불매 운동을 부추길 가능성도 있다. 애플, 테슬라 등은 그동안 양국 갈등이 첨예해질 때마다 불매운동 대상으로 거론돼 왔다.

CNN은 “중국 의존도가 애플에게 골칫거리가 된 건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코로나19 펜데믹 이전에도 미중 무역 갈등으로 아이폰 판매 감소 우려가 나왔다. 일부 애플 생산 공장은 근로조건에 대한 조사를 수년간 받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미중 갈등의 발화점이 대만이라는 게 애플로선 더 머리가 복잡해지는 이유다. 대만을 대표하는 기업인 TSMC는 애플 반도체 생산을 도맡아 하고 있다. 폭스콘, 페가트론, 위스트론 등 주요 OEM 업체의 본사도 모두 대만에 있다. 자문회사 텐던스 글로벌 어드바이저스 폴 트리올로 수석 부사장은 “군사적 대결로 인한 대만 공급망 중단은 애플에 큰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