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생 무궁화 ‘황근’ 복원…20여년 만에 ‘멸종위기’ 해제될 듯

입력 2022-08-02 15:13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식물 종인 ‘황근’. 국립생물자원관 제공

토종 무궁화로 알려진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 ‘황근’이 20여년 만에 멸종위기종에서 제외될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산하 국립생물자원관은 2일 “가톨릭대 김상태 교수 연구팀과 공동연구를 통해 황근의 자생지와 복원지 개체군의 유전자 다양성을 분석한 결과 자생지와 복원지 모두 유전자 다양성이 양호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7~8월에 노란 꽃을 피우는 황근은 국내에 자연적으로 서식하는 유일한 무궁화 자생식물이다. 제주도와 남해안 지역 일부에 서식한다. 환경부는 해안도로 건설 등으로 자생지가 파괴돼 개체 수가 줄자 1998년 황근을 멸종위기 야생생물로 지정했고, 2005년부터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으로 지정해 관리해왔다.

황근 복원사업은 2003년 민간단체 ‘제주자생식물동호회’에서 서귀포시 표선면에 ‘황근 길’을 조성하면서 처음 시작됐다. 이후 국립생물자원관이 2013년 인공적으로 증식한 황근 묘목 4200본을 서귀포시에 기증했고, 2017년에는 제주 송악산과 올레길 등지에 4000본을 이식했다.

황근에 대한 복원 성과 평가는 지난해 6월부터 제주도와 남해안 등에 위치한 13개 서식 집단의 유전자 다양성을 분석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그 결과 자생집단과 복원집단에서 모두 ‘유전자 다양성 지수’가 0.4~0.5 수준으로 측정됐다. 유전자 다양성 지수가 0.5 이상이면 다양성이 높다고 보는데, 유전자형이 다양할수록 질병이나 환경 변화 등에 잘 대응해 개체군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

종자 결실률 역시 자연 개체와 복원집단이 비슷한 결과를 보였다. 종자 결실률은 복원된 개체들이 성공적으로 증식해 생태계에 안정적으로 정착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지표다.

국립생물자원관은 황근의 멸종위기 가능성이 크게 줄었다고 판단하고 황근을 멸종위기종에서 해제하는 방안을 정부에 제안했다. 환경부는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을 올해 말까지 완료할 계획이다.

국립생물자원관 관계자는 “멸종위기에 처한 생물을 민관이 협력해서 성공적으로 복원한 모범적인 사례”라며 “이번 (복원 성과 평가) 결과는 환경부가 추진 중인 멸종위기 야생생물 목록 개정을 위한 검토 자료로 제시됐다”고 전했다.

세종=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