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 당 비대위 전환 움직임에 ‘SNS 게릴라전’ 돌입

입력 2022-08-02 11:38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난달 27일 경북 울릉군 사동항 여객터미널에서 선박 탑승을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당의 비상대책위원회 체제 전환 움직임을 두고 친윤(친윤석열) 세력을 연일 비판하며 ‘SNS 게릴라전’에 나서고 있다.

게릴라전은 적이 점령하고 있는 지역에서 정규군이 아닌 주민 등이 열세한 장비를 가지고 기습을 감행하는 전투 형태를 뜻한다. 이 대표가 페이스북을 비롯한 SNS을 통해 혈혈단신으로 이른바 ‘윤심(尹心)’에 맞서고 있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2일 당 최고위원회가 지도부 체제를 비대위로 전환하기 위한 상임전국위·전국위 소집 안건을 의결하자 페이스북에서 “‘절대반지’를 향한 그들의 탐욕은 계속된다”고 비판했다.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권력투쟁의 모습을 현재 당 상황에 비유한 것이다.

이 대표는 또 “‘저는 오늘 최고위원직에서 사퇴합니다’라고 7월 29일에 육성으로 말한 분이 표결 정족수가 부족하다고 8월 2일에 표결하는군요”라고 지적했다.

지난달 29일 최고위원 가운데 가장 먼저 사퇴 의사를 밝힌 배현진 의원이 2일 최고위에 참석해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비판한 것이다.

이 대표는 “물론 반지의 제왕에도 언데드(undead)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배 의원은 아직 최고위원 사직서를 제출하지 않아 이날 최고위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이에 이 대표가 배 의원을 죽지 않는 존재인 ‘언데드’에 비유한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지난달 31일 페이스북에선 비대위 체제 개편을 시도하는 친윤계 의원들을 겨냥해 “양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지 말라 했더니, 이제 개의 머리를 걸고 개고기를 팔기 시작하려는 것 같다”고 비판했다.

지난달 24일 저녁 경북 포항 송도해변 한 통닭식당에서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가 지지자나 포항시민과 치킨을 나눠 먹으며 대화하는 '번개모임'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대표는 “저자들의 우선 순위는 물가 안정도 아니고 제도 개혁도 아니고 정치 혁신도 아니다”면서 “그저 각각의 이유로 당권의 탐욕에 제정신을 못 차리는 ‘나즈굴’과 ‘골룸’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나즈굴과 골룸은 ‘반지의 제왕’에서 절대반지를 노리는 악당들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7일엔 윤석열 대통령이 자신을 ‘내부 총질 당대표’로 표현한 텔레그램 메시지가 공개되자 ‘양두구육(羊頭狗肉·양 머리에 개고기)’이라는 표현을 쓰며 친윤 세력의 이중성을 비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