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무중 쓰러진 아산병원 간호사, 의사없어 결국 사망”

입력 2022-08-02 05:15 수정 2022-08-02 09:39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 관련이 없습니다. 서울아산병원 감염관리센터 의료진들. 뉴시스

서울아산병원에서 간호사가 근무 도중 뇌출혈로 쓰러졌지만, 준비된 의사가 없어 다른 병원으로 옮겨진 뒤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사건이 알려진 건 지난달 31일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 ‘블라인드’에 서울아산병원 근무자라고 밝힌 작성자가 올린 글을 통해서였다. 글에 따르면 서울아산병원에서 근무하던 간호사 A씨는 지난 24일 새벽 근무 중 뇌출혈로 쓰러져 본원 응급실로 옮겨졌다. 하지만 수술 인력이 없다는 이유로 서울대병원으로 이송됐고, 결국 숨졌다.

블라인드는 회사 이메일로 본인 인증을 해야만 회사와 관련된 글을 작성할 수 있다. 작성자 B씨는 “국내 최고, 세계 50위 안에 든다고 자랑하는 병원이 응급 수술 하나 못해서 환자를 사망하게 했다”며 “직원 사고 발생 시 대처 방법을 외우면 뭐 하나. 겉모습만 화려한 병원의 현실은 직원의 안전을 지켜주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이어 “내가 아프거나 가족이 아파도 우리 병원(서울아산병원)을 추천하며 진료를 쉽게 받을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었는데 사라졌다”며 “본원에서 치료를 못해 서울대병원으로 전원했다는 사실이 더 실망스럽다”고 덧붙였다.

블라인드 캡처

사건 당시 서울아산병원 대부분의 의사가 학회에 참석해 당직자를 제외하고는 수술 인력이 없는 상태였던 탓에 A씨를 타 병원으로 이송해야 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사건이 알려진 뒤 다른 직원들의 불만 글도 다수 게재됐다. 블라인드에는 “의사가 쓰러졌으면 어떻게든 수술했을 거다” “피땀 노력으로 일해봤자 간호사는 병원에서 소모품 취급일 뿐이다. 다들 건강 챙겨가며 일하라” 등의 한탄이 이어졌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라는 의견도 나온다. 뇌혈관 수술은 아무나 할 수 없기 때문에 쓰러진 사람이 누구였든 결과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아산병원 측은 사건과 관련한 자세한 입장은 밝히지 않았다. 다만 “함께 일했던 동료이자 직원이 회복하지 못해 매우 안타깝다. 고인의 명복을 빌고, 유가족에게 심심한 위로를 전한다”고 애도했다.

권남영 기자 kwo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