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홍성군이 마늘 홍보 영상을 만들었다가 선정성 논란에 휩싸이자 송출을 중단했다. 농민단체들은 홍성군 측에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충남도연합과 전국농민회총연맹 충남도연맹은 1일 ‘홍성군의 선정적이고 부적절한 농산물 홍보영상 규탄 및 사과 요구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 단체는 “홍성군청에서 제작한 홍성마늘 홍보영상을 접하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며 “공공장소에서 5분마다 송출된 이 영상은 성적 표현을 연상시키는 내용이 선정성을 넘어 보는 사람들에게 불쾌감을 주고, 농민들이 애써 농사지은 농산물의 이미지에도 큰 타격을 입혔다”고 밝혔다
이어 “더 놀라운 것은 이 영상이 지역주민에게 성평등 정책을 시행해야 하는 지자체에서 예산을 들여 만들어졌고, 홍보됐다는 점”이라며 “군민들의 혈세로 선정적이고 부적절한 농산물 홍보 영상을 만들어 지자체가 홍보했다는 것은 홍성군의 저급한 성평등 의식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질타했다.
또 “남성과 여성을 성적 대상화 하고, 농민들이 애써 생산한 농산물까지 성적 대상화한 홍성군은 즉각 군민들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라”고 덧붙였다.
논란이 된 영상은 30초 분량으로 2020년 홍성 마늘 홍보를 위해 제작된 것이다. 국내 영화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음식점 여주인이 남학생을 유혹하는 장면을 패러디했다.
영상은 한 여성이 옷을 여미며 손님을 맞는 장면으로 시작한다. 여성은 마늘 탈을 쓴 남성의 몸을 쓰다듬으면서 “단단하네. 알이 참 굵고”라고 말한다. 이어 “가까이서 보니까 더 잘생겼네”라며 “우리 홍산이 하고 싶은 거 다 해. 굵고 단단한 홍산마늘”이라고 한다.
이 영상은 지난달 지역 농산물 홍보를 위해 서울과 대전 버스터미널에서 상영됐다. 온라인 커뮤니티와 유튜브 등에서는 “촌스럽고 불쾌하다” “(성적 암시를) 노리고 만든 것” “고속버스터미널에서 영상 보고 기분이 안 좋았다”는 등의 비판이 나왔다.
홍성군 관계자는 “공공장소에서 상영하는 데 문제가 있다는 이의가 들어와 지난달 29일 송출을 중단했다”며 “다음부터는 홍보영상 제작 시 농민들이 정성을 들여 지은 농작물이 제대로 잘 홍보될 수 있도록 세심히 살피고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