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무는 ‘OTT 천하’… 이용자 감소세에 돌파구 있나

입력 2022-08-07 07:45

‘다자구도’ 속에서도 코로나19 특수를 타고 승승장구하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업계가 흔들리고 있다. 이미 가입자 수에서 정점을 찍어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는 전망마저 나온다. 여러 OTT를 구독하던 이용자들이 콘텐츠 선호도에 따라 소수의 OTT를 ‘취사선택’하는 이용 패턴의 변화가 ‘OTT 천하’에 균열을 던진다.

7일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웨이브·티빙·쿠팡플레이·디즈니+ 같은 주요 OTT의 국내 모바일 사용자 수는 올해 1월부터 6월까지 잇따라 감소했다. 이용자의 감소 폭이 가장 컸던 OTT는 웨이브다. 지난 6월 기준으로 구독자는 423만명으로 올해 1월(492만명)보다 14% 넘게 줄었다. 왓챠의 경우 지난 6월 기준 월 이용자 수가 108만명으로 1월(129만명)부터 지속적 감소세를 보였다.

가장 큰 원인은 ‘코로나 특수’의 종료다. 업계에선 집에 머무는 시간이 길었던 ‘코로나 특수’가 끝나면서 주요 OTT 월 사용자 수(MAU)가 줄어들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 사태로 시장이 급격하게 성장했고, 그 결과 유료가입자 수가 한국 인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등 성장세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엔데믹 이후 외부 활동이 늘어나면서 OTT 가입자 증가세는 꺾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여기에다 기존 가입자의 ‘OTT 절약’도 그림자를 드리운다. 이용자들은 가입한 OTT 가운데 취향에 맞는 2, 3개를 취사선택하고, 나머지는 일정 기간 ‘절독’하는 식으로 구매 패턴을 바꾸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의 ‘디지털 전환시대 콘텐츠 이용 트렌드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현재 이용하고 있는 OTT를 다른 플랫폼으로 전환하겠다는 이용자는 전체 응답자(3000명)의 39.8%나 됐다. 이들은 대부분 좋아하거나 시청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거나(52.8%), 콘텐츠 종류가 다양(20.5%)하다는 이유로 플랫폼을 전환·추가하겠다고 답했다.

OTT 업체들은 인수·합병으로 몸집을 키우거나 사업 재편에 들어가며 돌파구를 찾고 있다. 왓챠는 지난해 영업손실 248억원을 내면서 경영난에 빠졌다. 결국 올해 2분기까지 수십명 규모의 희망퇴직을 받는 등 비용 절감에 나섰다. 매각이나 투자유치 등의 사업 재편 방안도 논의 중이다. 왓챠 관계자는 “투자유치를 위해 여러 기업과 논의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부는 ‘합병 승부수’를 띄웠다. KT의 OTT 플랫폼 시즌과 CJENM의 티빙은 오는 12월까지 통합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통합 시 가입자는 약 531만명으로 늘어난다. 현재 토종 OTT 플랫폼 1위인 웨이브를 앞지르게 된다.

인플레이션의 반사 효과로 OTT 시장이 다시 활력을 찾는다는 전망도 나온다. 영화표 가격이 1만5000원 수준까지 치솟으면서 OTT 구독료가 상대적으로 저렴하게 느껴진다는 것이다. 한 OTT 업계 관계자는 “물가 상승으로 가계에서 문화 콘텐츠 지출 비중을 줄일 수밖에 없다. 상대적으로 다양한 콘텐츠를 즐길 수 있는 OTT의 선호도가 높아지는 요인이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