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휴대폰 압수영장으로 클라우드 불법영상 확보는 위법”

입력 2022-08-01 15:56
대법원 모습. 뉴시스

휴대전화나 컴퓨터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대상으로 한 압수수색 영장으로 이와 연동된 서버(클라우드)의 전자정보까지 압수하는 건 위법하다는 대법원의 첫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1부(주심 김선수 대법관)는 성폭력처벌법 위반 등 혐의로 기소된 A씨의 상고심에서 일부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인천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일 밝혔다.

A씨는 2020년 12월 사기죄 관련 경찰 조사를 받았다. 당시 A씨는 자산이 많은 변호사 행세를 하며 피해자들로부터 수천만원을 뜯어낸 혐의를 받았다. A씨 휴대 전화에서 채무 내역과 관련된 메시지를 본 경찰은 A씨에게서 휴대전화를 임의제출 받았다. 휴대전화를 검색하던 경찰은 저장된 파일 가운데 여성의 신체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 등을 발견했다. 이후 수사 범위는 성폭력 사건으로까지 확대됐다.

경찰은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컴퓨터 하드디스크 및 외부저장매체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을 발부 받았다. A씨 휴대전화를 압수한 경찰은 로그인돼 있는 구글 클라우드에서 불법 촬영물들을 추가로 확보했다. 그런데 얼마 뒤 A씨는 수사가 성폭력 사건으로 확대되는 계기가 됐던 임의제출 관련 증거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경찰은 뒤늦게 법원에서 임의제출 관련 증거에 대한 영장을 발부 받았다.

1심과 2심은 모두 사기 혐의를 유죄로 인정했지만 성폭력처벌법 위반 혐의 중 임의제출 휴대전화에서 나온 증거와 관련해선 무죄를 선고했다. 사기 혐의와 관련해 임의제출된 휴대전화에서 다른 혐의에 대한 증거를 확보한 건 위법하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클라우드 계정에서 수집된 증거와 관련해선 유죄 판단을 했다.

하급심 재판부는 “불법 촬영물로 인한 범죄행위는 신속하게 압수수색해 유통 가능성을 차단함으로써 피해자를 보호할 필요성이 크다”며 “기존 임의제출 관련 절차가 위법하다는 이유만으로 (해당 증거들까지)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은 형사사법 정의 실현에 반한다”고 말했다.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영장에 적힌 하드디스크 및 외부저장매체에 클라우드는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수사기관이 원격지 서버에 저장된 전자정보를 압수수색하기 위해서는 영장에 적힌 ‘압수할 물건’에 별도로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가 특정되어 있어야 한다”며 “‘압수할 물건’에 컴퓨터 등만 기재돼 있다면 원격지 서버 저장 전자정보를 압수할 수는 없다”고 밝혔다. 클라우드 속 사진과 영상이 증거 능력을 잃으면서 A씨의 불법 촬영 관련 유죄 판결도 무죄 취지로 파기됐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