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31일 직무대행직에서 사실상 사퇴했다. 그러면서 조속한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의 전환에 전력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권 대행은 이준석 대표의 ‘당원권 정지 6개월’ 중징계 이후 지난 11일 열렸던 긴급 의원총회에서 당대표 직무대행으로 추인된 지 20일 만에 직무대행직 사의 의사를 표명했다.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도 이날 최고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혔다. 지난 29일 배현진 최고위원의 사퇴 선언 이후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힌 당 최고위원은 세 명으로 늘어났다.
기존 국민의힘 지도부 체제가 해체 수순에 돌입하자 권 대행도 사의 표명을 결심한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국민의힘은 윤석열정부 출범 두 달 반 만에 비대위 체제에 돌입할 가능성이 커졌다.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은 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반영된 결정이라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비대위 전환을 둘러싸고 당내 이견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 당분간 혼란은 계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권 대행은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당이 엄중한 위기에 직면했는데 국민의 뜻을 충분히 받들지 못했다”며 “당대표 직무대행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고 전했다.
권 대행은 “여러 최고위원분들의 사퇴 의사를 존중하며, 하루라도 빠른 당의 수습이 필요하다는데 저도 뜻을 같이한다”며 “저 역시 직무대행으로서의 역할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권 대행은 그러면서 “조속한 비대위 체제로의 전환에 모든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강조했다.
친윤(친윤석열)계 맏형으로 불렸던 권 대행은 대통령실 사적채용 해명 논란에 이어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유출 사태까지 불거지며 리더십에 상처를 입었다는 평가가 우세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 의원은 “당과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권 대행이 더 이상 버티기 힘들다고 생각한 것 같다”고 설명했다.
권 대행은 당대표 직무대행직은 내려놓되, 원내대표직은 계속 수행한다. 이에 따라 권 대행은 원내대표로서 비대위 구성을 위한 실무 역할에 주력할 것으로 알려졌다.
조수진·윤영석 최고위원도 줄줄이 사퇴 의사를 밝히며 비대위 전환에 힘을 실었다.
조 최고위원은 국회 기자회견에서 “당은 물론, 대통령실과 정부의 전면적 쇄신이 필요하다”며 최고위원직 사퇴를 표명했다.
조 최고위원은 “윤핵관(윤 대통령 측 핵심 관계자)이라 불리는 선배들도 정권교체를 해냈다는 긍지와 자부심은 간직하되, 실질적인 2선으로 모두 물러나 달라”고 요구했다.
윤 최고위원은 입장문을 내고 “국민의힘이 집권 여당으로서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
이로써 국민의힘 최고위에는 권 대행과 성일종 정책위의장, 친이준석계로 분류되는 김용태 청년최고위원과 정미경 최고위원 등 4명만 남게 됐다.
이 가운데 성 의장도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직에 연연하지 않고 당과 정부에 헌신할 각오가 되어 있다”고 밝혔다. 의장직 사퇴를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반면 김용태 최고위원은 비대위 전환에 대해 “아무런 명분도 근거도 찾아볼 수 없다”며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