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인상으로 가계 원리금 상환 부담이 치솟는 가운데 4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고객의 대출 금리 인하 요구를 외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1분기에 금리 인하 혜택을 본 고객은 신청자 10명 중 4명에도 못 미쳤다. 신청 건수와 금액 기준 모두 수용률이 가장 낮았던 곳은 신한은행이다.
국민일보가 31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실을 통해 확보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올 1분기 4대 시중은행에 접수된 대출 금리 인하 요구는 모두 7만8770건이었다. 4대 시중은행은 이 중 2만7354건을 받아들여 수용률 34.7%를 기록했다.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이란 취업·승진·소득 증가 등으로 신용 상태가 개선됐다고 판단되는 고객이 대출 기관에 “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게 한 제도다. 2002년 도입돼 각 금융사가 자율적으로 운용하다가 2019년 6월 은행법 시행령에 명시됐다. 은행이 정당한 사유 없이 요구를 거절하면 과징금이나 과태료를 물어야 한다.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 법제화 첫해인 2019년에는 총 4만2631건 중 3만5659건이 인정돼 신청 건수 대비 수용률이 83.6%였다. 2020년에는 48.6%, 2021년에는 37.6%로 해가 갈수록 수용률이 급감하고 있다.
올 1분기 4대 시중은행별 대출 금리 인하 요구 신청 건수 대비 수용률은 우리은행 47%, 하나은행 39.6%, KB국민은행 38.9%, 신한은행 29.7%로 나타났다. 신한은행의 경우 2019년에는 건수 대비 수용률이 96.7%로 가장 높았지만 2020년 39.6%, 2021년 33.3%로 급락했다.
신한은행은 대출 금리 인하 요구 신청 금액 대비 수용률도 4대 시중은행 중 가장 낮았다. 올해 1분기 고객으로부터 모두 2조7821억원어치 대출에서 신청을 받아 6761억원어치 대출 금리를 낮춰줬다. 금액 대비 수용률은 24.3%에 불과하다. 같은 기간 KB국민은행은 44.4%(5448억원어치 중 2417억원어치 수용), 하나은행은 41.6%(2753억원어치 중 1145억원어치), 우리은행은 33.1%(7994억원어치 중 2646억원어치)였다.
금융당국은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이르면 내달부터 금융사별 운용 실적을 공시하도록 할 예정이다. 지난달 5일부터는 은행뿐 아니라 지역 농협·수협, 신협, MG새마을금고 등 상호금융권에서도 대출 금리 인하 요구권이 법제화했다.
신한은행 관계자는 “애플리케이션 등을 통한 비대면 대출 금리 인하 요구 시스템을 가장 먼저 마련해 신청 건수와 금액이 타행 대비 월등히 많다. 절차가 간편하다 보니 중복 신청이 많아 수용률이 낮게 나타난 것”이라면서 “절대적인 수용 건수·금액은 많다”고 말했다.
김진욱 기자 real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