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시가총액 1위 애플이 올해 2분기 월가 예상치를 웃도는 성적표를 거뒀다. 인플레이션 압력이 강한데도 매출은 2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반면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등 미국 실리콘밸리 빅테크 기업들은 경기 침체의 여파에 휘청이고 있다.
애플은 28일(현지시간) 2분기(애플 자체 기준 3분기)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87% 상승한 830억 달러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애플의 2분기 실적으로는 사상 최대치다. 금융정보업체 리피니티브 전망치 828억1000만 달러를 웃돌았다.
애플은 중국 공장의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봉쇄로 인한 공급망 악화 탓에 매출이 80억 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상했다. 지난해 2분기 36%, 직전 분기 8%에 비해 2분기 ‘2% 증가’라는 성적표는 아쉽지만 선방했다는 평가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미 달러화 강세, 인플레이션 공포, 반도체 칩 부족 등으로 인해 애플이 실적에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었다.
애플의 2분기 순이익은 전년 동기보다 10.6% 줄어든 194억 달러로 집계됐다. 2020년 3분기 이후 약 2년 만에 가장 저조한 성적이다. 하지만 월가의 예상보다는 감소 폭은 더 적었다. 주당순이익(EPS)은 1.2달러로 전년 동기보다 8% 감소하면서 2020년 3분기 이후 최악의 성적표를 받았다. 예상치인 1.16달러를 뛰어넘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기대 이상의 결과”라고 평가했다.
올해 2분기 아이패드, 맥, 웨어러블 기기 매출은 공급망 제약의 타격을 입었다. 그러나 아이폰 매출은 2.8% 증가했다. ‘2.5% 감소’를 예상한 증권사들 전망을 뒤집었다. 팀 쿡 CEO는 “우리 데이터를 보면 아이폰 판매에 거시경제의 영향이 있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조했다.
애플과 달리 빅테크 기업들의 실적 악화는 현실화 단계다.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과 마이크로소프트는 시장 예상치를 밑도는 2분기 성적표를 나란히 내놨다.
알파벳은 올 2분기 매출이 1년 전보다 13% 증가한 696억8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순이익은 1년 전보다 13.6% 감소한 160억200만 달러에 그쳤다. 매출과 순이익 모두 시장 예상치를 밑돌았다. 핵심 수입원인 광고 매출 증가세가 꺾이면서 실적에 타격을 줬다.
마이크로소프트도 고배를 마셨다. 2분기 매출은 지난해보다 12% 증가한 518억6500만 달러를 기록했다. 시장 예상치(524억4000만 달러)를 밑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인플레이션으로 PC 판매가 둔화하며 MS 오피스 프로그램 판매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두 회사 모두 코로나 팬데믹이 시작된 2020년 이후 최악의 분기 실적이다.
페이스북 모기업 메타 역시 올해 2분기 매출이 288억 달러로 전년 동기 291억 달러보다 1%가량 감소했다고 밝혔다. 월가의 전망치 289억 달러보다 낮은 수치다. 메타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주력 사업인 온라인 광고시장이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 역시 2분기에 2분기 연속으로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분기에 매출액은 전년 동기보다 약 7% 상승한 1212억 달러로 집계됐다. 21년 만에 가장 저조한 매출 증가율을 기록했던 1분기(7%) 때와 비슷한 수준의 성장세다.
올해 3분기에도 빅테크 기업들의 성적은 크게 나아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인플레이션에 따른 상품과 서비스 가격 급등으로 수요 감소가 이어질 전망이기 때문이다. 메타의 경우 3분기 매출 예상치로 260억~285억 달러 범위를 제시했다. 이는 시장의 기대치인 304억 달러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다. 메타는 “2분기 내내 경험한 약한 광고 수요 환경이 지속되리라는 전망이 이 예상치에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전성필 기자 fee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