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점을 폭발시키며 한국 남자배구 대표팀의 발리볼챌린저컵 호주전 승리의 선봉장이 된 허수봉이 50점을 주며 겸손함을 드러냈다.
임도헌 감독이 이끄는 남자 대표팀은 28일 서울 송파구 잠실학생체육관에서 열린 2022 국제배구연맹(FIVB) 발리볼챌린저컵 호주와의 8강전에서 풀세트 접전 끝에 3대 2(23-25, 25-23, 25-18, 22-25, 15-13)로 대역전승을 거두며 4강에 진출했다.
라이트 허수봉은 양 팀 최다인 33점을 기록하며 2년 6개월여 만의 대표팀 승리에 앞장섰다. 임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 허수봉이 도착하기 전 ‘허수봉에게 몇 점을 주고 싶냐’는 질문에 “오늘 잘해줘서 100점 주고 싶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허수봉은 기자회견장에 도착해 같은 질문을 받자 “경기를 오랜만에 하다 보니까 초반에 범실 많아서 50점 주고 싶다”며 자신을 낮췄다. 옆에 있던 임 감독은 “다음 경기 얼마나 잘하려고”라고 웃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허수봉의 서브가 좋았다는 평가에 임 감독은 “연습 때는 더 좋았다”며 “우리 선수들이 잘 구사했고 경기 초반 범실이 있었지만 경기를 하면서 차츰 줄여나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오늘 활약에 대해 “두 달간 연습하며 (한)선수 형이 공격타이밍을 물어봐줘서 어렵지 않게 호흡을 맞출 수 있었다. 잘 올려줘서 잘 때릴 수 있었다”며 주장 한선수에게 공을 돌리기도 했다. 많은 득점을 예상했냐는 질문에는 “이렇게 득점을 올릴 거라고는 생각을 못했고 호주 경기 영상을 보면서 어떻게 때려야겠다고는 이미지 트레이닝 했다”고 말했다.
세터로 경기를 지휘한 한선수는 “(신장이 큰) 호주가 두 명이 (블로킹) 따라오면 뚫기 힘드니까 속공 비중을 초반에 많이 가져가려 했다”며 “그로 인해서 센터들이 못 따라와 빈 공간이 생긴 부분은 성공적이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막판 5세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한선수는 “5세트는 분위기를 안 넘겨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했다. 분위기가 넘어가면 5세트는 찾기가 힘들기 때문에 초반부터 버티려고 했다”고 말했다. 허수봉은 “많은 응원과 함성을 보내주셔서 선수들도 텐션이 올라갔다”고 팬들에게 감사를 표했다.
한국은 튀르키예-카타르전(29일) 승자와 30일 오후 3시30분 4강전을 치른다. 튀르키예(17위)는 2021 유럽배구연맹(CEV) 골든리그 우승팀이고, 카타르(21위)는 VNL 참가팀을 제외하고 아시아에서 가장 랭킹이 높다. 임 감독은 4강전에서 튀르키예와 만날 것으로 예상하며 “튀르키예는 조직력이 있고 라이트 공격수가 좋다”며 “이에 대한 준비를 해야 할 거 같다”고 말했다.
앞서 열린 경기에서는 쿠바가 칠레를 3대 0(25-20, 25-19, 25-19)으로 완파하며 4강에 선착했다. 쿠바는 세계랭킹 12위로 8개 참가국 중 가장 순위가 높다. 한국이 우승을 위해 넘어야 하는 가장 큰 적이다. 쿠바는 튀니지-체코전 승자와 30일 오후 3시30분 결승행을 다툰다.
잠실=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