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폐기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참여정부 청와대 관계자들이 5번의 재판 끝에 유죄를 확정 받았다. 대법원은 회의록 초본 또는 원본으로 불렸던 문서 또한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2부(주심 천대엽 대법관)는 28일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백종천 전 청와대 외교안보실장과 조명균 전 청와대 안보비서관의 재상고심에서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회의록 폐기 논란은 2012년 10월 당시 새누리당 정문헌 의원이 “노무현 전 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 당시 서해 북방한계선(NLL) 포기 발언을 했다”고 발언한 데서 비롯됐다. NLL 포기 취지 발언의 진위를 가리기 위해 당시 여야는 대통령기록관에서 회의록을 열람하려 했지만 회의록을 발견하지 못했다. 새누리당은 회의록이 고의로 폐기·은닉됐을 가능성이 있다며 정부 관계자들을 검찰에 고발했다. 검찰은 수사 끝에 노 전 대통령의 지시로 백 전 실장 등이 회의록 초본을 삭제했다고 보고 두 사람을 대통령기록물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소 기소했다.
쟁점은 해당 문서가 대통령기록물에 해당되는지 여부였다. 피고인 측에선 이 문서는 최종본 작성 전의 초본에 불과하며, 노 전 대통령이 재검토 지시를 했기 때문에 대통령기록물로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반면 검찰은 노 전 대통령이 전자문서서명 등으로 결재를 마친 이상 엄연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한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는 백 전 실장과 조 전 비서관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결재는 문서 내용에 대한 승인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재검토 지시가 내려진 이상 노 전 대통령의 전자문서서명은 결재로 볼 수 없다는 취지였다.
대법원은 그러나 원심 판단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 파기환송심에서 재판부는 노 전 대통령이 회의록 내용이 담긴 문서관리카드를 확인하고 서명했기 때문에 이 또한 대통령기록물로 봐야 한다고 결론 내렸다. 재판부는 “회의록에 대한 결재권자의 결재의사는 승인이나 허가 같은 처분적 의사가 아니라 내용을 열람하고 확인하는 의사로 봐야 한다”고 판시했다. 두 사람에게는 각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이 선고됐다. 대법원도 원심 판단에 잘못이 없다고 봤다.
임주언 기자 e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