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차 탁송 취소라니”…제주 여행객 대혼란, 무슨일

입력 2022-07-29 00:05 수정 2022-07-29 00:05
제주국제공항에 제주를 찾은 여행객들이 붐비고 있다.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뉴시스

제주도 여행을 하면서 렌트카 대신 자신의 자동차를 배로 보내 이용하는 탁송 서비스를 예약한 여행객들이 무더기로 갑작스런 예약 취소를 통보받으며 혼란을 겪는 일이 발생했다.

탁송업체들과 계약된 해운사가 사전 고지 없이 선박 매각을 결정해 행정 절차에 필요한 시간 동안 해당 선박을 이용할 수 없게 돼서 벌어진 일이었다. 이틀에 걸친 협의 끝에 해당 매각 절차 자체가 미뤄지며 급한 불은 끄게 됐지만,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 가운데 이미 피해를 본 여행객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제주 여행 커뮤니티에 탁송 취소 관련 글이 많이 올라와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지난 27일 제주 여행 커뮤니티와 지역 맘카페 등에는 ‘제주 탁송이 취소됐다’는 내용의 글들이 잇따라 올라왔다.

제주 탁송서비스 업계에서 가장 큰 J업체가 계약 해운사의 갑작스러운 탁송 선박 매각으로 인해 탁송 일정에 문제가 생겼다는 공지를 띄운 것이 시작이었다.

업체 측 공지와 여행객들의 글에 따르면 해운사가 선박을 매각하면 이후 행정절차 기간에 선박이 무적상태(소유자가 없는 상태)가 돼 운행이 불가능해진다. 해운사가 선박을 매각하는 사실을 업체 측에 당일에서야 일방 통보하는 바람에 일정 기간 탁송 서비스를 진행할 수 없게 됐다는 게 업체 측의 설명이었다.

J업체 외에도 A업체, H업체 등 해당 선박을 이용하는 다른 곳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탁송업체 홈페이지에 올라온 안내문. 홈페이지 캡처

해당 업체는 선박 매각에 따라 서비스가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는 29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탁송서비스를 예약한 소비자들에게 예약 취소가 불가피하다며 전액 환불조치 하겠다고 통지했다.

그러나 이미 숙소와 항공 등을 다 예약하고 탁송서비스로 차를 보내려 했거나 이미 제주에 가서 육지로 돌아올 일정을 앞두고 있는 여행객들에겐 청천벽력같은 소식이었다.

한 누리꾼은 “어제 아이들과 하루치 짐만 들고 제주에 와 있다. 아기 기저귀 등 부피가 큰 짐은 차에 실어서 탁송 서비스를 맡긴 건데 갑자기 취소라니 어쩌라는 건가. 환불이 문제가 아니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아직 제주도에 가기 전인 여행객들도 난감하긴 마찬가지였다. 더욱이 탁송 불가 기간은 ‘7말8초’ 여름 최고 성수기여서 대안을 찾는 것조차 어려웠다. 일부 여행객은 급히 비행기를 취소하고 여수나 목포항 등에서 차와 함께 갈 배편을 알아보고 있다면서 “지금 배편도 구하기 힘들다. 항구 가서 무작정 알아보는 수밖에 없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이미 탁송 서비스로 차를 받아 제주도 여행을 하는 중인 여행객들 역시 배편을 구하지 못하는 한 제주에 발이 묶여야 하는 것이냐며 불안에 떨었다. 한 여행객은 “차를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어떻게 하라는 건지 모르겠다”면서 “배편을 구하더라도 목포에서 서울까지 운전해 올라갈 일이 막막하다”고 토로했다.

환불이 아닌 대체 선박을 확보해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요구가 대부분이었지만 28일까지도 업체들은 명확한 답변을 주지 못했다. 대부분 고객센터는 전화 불통 상태에 빠지고 홈페이지와 커뮤니티 댓글을 통한 대응이 전부이다보니 여행객들의 답답함은 더욱 커졌다.

결국 소비자들은 선박 매각 등 관련 절차를 담당하는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직접 항의하며 대책을 요구했다. 결국 이날 오후 늦게서야 선박 매각 매수 업체간의 조정이 이뤄져 매각 절차 자체 연기가 결정됐다. 이에 따라 예정돼 있던 탁송 물량은 예정대로 운송이 가능하게 됐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 관계자는 28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현재는 매각 해운사가 다시 정상 운행 한다는 공문을 보내 당분간 이 해운사의 소유로 선박이 운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업체 고객들이 탁송 취소로 인한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온라인커뮤니티 캡처

‘탁송 대란’은 일단락 됐지만, 여전히 혼란은 이어지고 있다. 현재 탁송서비스 업체는 홈페이지 공지를 통해 “선박출항의 휴항이 취소되고 재출항이 확정되었다”며 “차량인수와 해상운송 모두 정상화 됐다”고 알린 상태다. 이어 “기존 접수일정 그대로 인수를 진행할 예정이며, 환불을 요청 주셨던 분들의 재접수와 변경신청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개별적인 안내 절차나 고객 상담 등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것으로 전해졌다. 소비자들은 “아직 개별 연락 못 받았는데, 서비스가 재확정되는 것으로 알면 되나”, “전체 개별 연락은 도대체 언제 주는 거냐”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27~28일 이틀 사이 벌어진 혼란 속에 급하게 렌터카를 빌렸거나 예약한 항공이나 숙소 등을 취소·변경한 소비자들은 금전적 피해도 호소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피해 대책도 아직 마련되지 않고 있다. 처음 탁송업체 측 안내에 따라 탁송 예약을 취소한 한 소비자는 “내일 탁송인데 나한테는 재출항 문자가 안 왔다”면서 “탁송이 안 된다길래 급하게 차를 렌트했는데 성수기에 비싸게 빌리고 취소 수수료까지 내라는 거냐”고 분통을 터뜨렸다.

이번 대란은 해운사의 선박 매각 사실이 사전에 통지되지 않으면서 발생했다.

제주해양수산관리단에 따르면 선박을 매각·매입할 땐 매각 계획을 세워 절차대로 진행한다. 이때 매각 해운사가 매각 관련 공문을 계약 업체들에 보내면 업체들이 그 일정을 고려해 서비스 이용에 문제가 없도록 조치해야 한다.

관리단 관계자는 “보통 매각 계획이 세워지면 절차대로 진행하는데 이번에는 매각 해운사가 조금 급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김민영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