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의 집 출입구 앞에 큰 차량이 상습적으로 주차해 난처하다는 사연이 전해졌다. 사유지 내 주차 문제를 둘러싼 이웃간의 갈등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지만 현행법상 대응이 쉽지 않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해당 사연은 지난 26일 집주인 A씨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면서 알려졌다. A씨는 “주택가라 길가에 주차하는 것을 이해한다”며 “다른 차주들은 잠깐 주차했다가 볼일 보고 차를 빼는데 이 차는 온종일 주차하고 그다음 날 저녁이나 모레 오후에 차를 뺀다”면서 집 앞에 주차된 사진을 공개했다. ‘문 앞 주차금지’ 팻말에도 불구하고 한 차량이 건물 입구 앞에 주차된 모습이 담겼다. A씨의 가족이 해당 차주에게 연락했으나 “다른 지역에 볼일 보러 가서 내일 온다”며 차량을 그대로 유지했다는 것이다.
A씨는 “나도 운전하는 사람으로 주차할 곳이 없으면 보이는 공간에 잠깐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그러나 양심상 남의 집 문 앞에는 조심스러워서 주차할 엄두도 못 낸다. 법은 아니지만, 상도덕 아니냐”고 지적했다.
문제는 A씨의 사례와 같은 일들이 자주 일어나고 있지만 뾰족한 대응책이 없다는 점이다. 도로 노면 표시에 따라 불법 주·정차 기준이 정해지는 데 황색 실선 등 노면 표시돼 있지 않은 도로에는 주차를 하더라도 현행법상 이를 처벌할 방법이 없다. ‘주차금지’를 알리는 라바콘(고깔)과 타이어, 화분 등을 놓아뒀다가 ‘불법 적치물’로 신고당할 수 있다.
박무혁 도로교통공단 교수는 29일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현행법상으로는 사유지라고 하더라도 견인 조치나 대응이 불가능하다”며 “주차된 차량을 강제 견인한다고 하더라도 차주가 손해배상을 한다거나 또다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유지는 불법 주정차 규정을 적용할 수 없기에 현재로서는 차주에게 차를 빼달라고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조만간 아파트나 빌라 주차장, 주택가 이면도로, 상가 입구 등에서 벌어지는 불법 주차 등을 견인하거나 이에 범칙금을 부과하는 등의 행정 조치가 가능해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3월 권익위가 공동주택 등 사유지 내 주차갈등 해소방안을 국토교통부, 법무부, 경찰청, 전국 243개 지방자치단체에 권고하면서다.
권익위는 도로교통법상 도로의 범위를 확대해 도심지역 주택가 이면도로, 골목길도 불법주차 단속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상가 입구 등 사유지에 불법 주차를 한 경우에도 건축법 등을 개정해 과태료나 견인 등 단속 근거를 신설하도록 했다.
박 교수는 “권익위에서 내년 2월까지 관계부처와 지자체에 제도 개선을 마련하라고 권고했기에 제도 개선이 될 것”이라면서도 “다만 내년 2월까지는 여전히 대응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