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미의 세포들’, 드라마 장르의 범위 넓혀…시즌3는 미정”

입력 2022-07-28 15:59 수정 2022-07-28 16:08
‘유미의 세포들’ 시즌1,2를 연출한 이상엽 감독과 송재정·김경란 작가(왼쪽부터). 티빙 제공

“이야기는 자체는 특별하지 않을 수 있지만 여러 새로운 방식을 사용했다. 애니메이션 형태로 전달했을 때도 충분히 재밌을 수 있고, 시청자들과 소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표현 방식의 한계가 없는 다양한 형식의 드라마들이 많이 나왔으면 좋겠다.”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티빙 오리지널 시리즈 ‘유미의 세포들’ 시즌1, 2를 연출한 이상엽 감독이 28일 화상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지난 주 ‘유미의 세포들2’의 마지막회가 공개됐다. 시즌1에서 알콩달콩 연애했던 구웅과 유미가 헤어지는 장면으로 시작한 시즌2는 유미가 결혼까지 결심했던 두 번째 남자친구 바비와 이별하고 새로운 남자 순록이 등장하면서 막을 내렸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1,2를 연출한 이상엽 감독과 송재정·김경란 작가(왼쪽부터). 티빙 제공

두 시즌을 관통하는 주제는 유미의 성장이다. 이 감독은 “유미에게 많은 일들이 일어나고 실수도 있었지만 ‘잘 하고 있어’라고 말해주고 싶었다”며 “저한테 하는 격려일 수도 있고, 시청자가 스스로에게 하는 격려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많은 팬을 보유한 웹툰 원작을 영상화한다는 점,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결합이라는 새로운 형식을 시도한다는 점 때문에 초반에는 흥행을 우려하는 시선이 많았다. 웹툰에서 2D로 표현된 세포들을 때로는 익살스럽게, 때로는 진지하게 살아 숨쉬도록 한 연출과 캐릭터를 잘 살려낸 배우들의 호연으로 드라마는 좋은 반응을 얻었다.

대본을 쓴 송재정 작가는 “작품을 각색하면서 가장 좋았던 부분은 원작이 워낙 훌륭해서 옮기는 보람이 있었다는 거다. 너무 유명한 작품이어서 스토리에 대한 긴장감이 없다는 점은 단점이었다”며 “시즌1과 2는 함께 기획했지만 콘셉트를 다르게 잡았다”고 설명했다.

유미와 바비의 키스신에 등장한 두 사람의 혀 세포. 티빙 제공

이어 “첫 시즌은 웹툰과 얼마나 비슷한지, 캐릭터가 어떻게 구현되는지에 시청자들이 초점을 맞추실 것 같아서 이미지를 충실히 만드는 데 중점을 두고 에피소드는 그대로 갔다. 시즌2는 같은 패턴이 지루하게 보일까봐 많은 변주를 시도했다”고 덧붙였다.

함께 작업한 김경란 작가는 “시즌 1보다 2에서 인기를 많이 체감할 수 있었고, 온라인 반응도 훨씬 뜨거웠다”면서 “시즌1은 티빙과 방송에서 동시 공개됐지만 이번엔 시청자들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인 티빙에 가입해 찾아봐야 했는데도 더 많은 사람들이 보는 것 같았다. ‘선택받았구나’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번 시즌에는 새로운 세포들이 시청자들의 눈길을 끌었다. 유미와 바비의 키스신에 등장한 두 사람의 혀 세포는 개그맨 유세윤과 강유미가 스페셜 성우를 맡았다. 유미가 일러스트 작가 컨트롤지에게 걸쭉한 욕을 퍼붓는 장면에선 욕 세포가 대활약을 했다.

바비의 이니셜이 쓰인 티셔츠를 입고 환영하는 유미의 세포들. 티빙 제공

이 감독은 “대본에 별표 처리 돼 있는 욕을 방송이 아닌 티빙 오리지널 콘텐츠라 살릴 수 있었다”며 “이슬 성우가 연기한 욕의 절반은 애드리브였는데 정말 잘하셔서 원래 있던 콘티 앞뒤로 많이 붙여 충분히(?) 녹음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를 전했다.

실사와 애니메이션의 자연스러운 연결을 위해 촬영팀과 애니메이션팀은 끊임없이 의사소통했다. 이 감독은 “애니메이션 작업은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대본을 보고 먼저 작업을 시작했다. 촬영하고 편집하다보면 대본이 바뀌기도 해 중간에 수정하는 경우도 많았다”면서 “코로나19 와중에도 애니메이션팀과 일주일에 서너번씩 만나 회의하고 시즌 1 때보다 피드백 작업을 훨씬 많이, 다이내믹하게 했다”고 돌이켰다.

배우들의 연기도 호평받았다. 유미 역의 김고은은 지난 19일 ‘제 1회 청룡시리즈어워드’에서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바비 역의 진영, 구웅 역의 안보현도 열연을 펼쳤다. 유미와 바비의 슬픈 이별 장면은 많은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유미의 세포들 시즌 2'에서 함께 사진을 찍고 있는 바비(진영, 왼쪽)와 유미. 티빙 제공

송 작가는 “깜짝 놀랐다. 두 분이 연기를 잘 하는 줄은 알고 있었지만 ‘우리가 그렇게 대본을 절절하게 썼나’ 싶을 정도로 몰입하더라”며 “드라마를 보면서 여러 번 울었다. 배우들의 연기에 많이 감화됐다”고 말했다.

시즌3에 대한 기대가 높지만 제작은 결정되지 않았다. 이 감독은 “많이 궁금해하실텐데 아직 다음 시즌에 대해 말씀 드릴 단계가 아니다. 모두 오랜 기간 작업해 우선 휴식이 필요할 것 같다”며 선을 그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