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잡는 해병대… “퀴즈 틀렸다고 후임병 구타→ 기절”

입력 2022-07-28 13:59 수정 2022-07-28 14:01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이 28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해병 제2사단 선임병의 후임병에 대한 구타·가혹행위 사건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해병대에서 기절할 정도의 후임병 구타·가혹행위가 발생했음에도 부대가 제대로 대처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군인권센터는 28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병 제2사단 예하 대대에서 A일병이 B상병에게 상습적인 폭행을 당하다가 지난달 22일에는 기절하고 숨이 잠시 멎는 일까지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센터에 따르면 B상병은 피해자인 A일병 등에게 사소한 이유로 트집을 잡아 폭언을 하다가 지난달부터 물리적 폭행을 가하기 시작했다. A일병이 타중대 선임의 기수를 외우지 못하자 초소 뒤쪽 CCTV 사각지대에서 뺨을 7대 때리고 동물 소리를 내라고 한 뒤 “소리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명치와 뺨을 또 때렸다고 센터는 주장했다.

같은 달 22일에는 B상병이 낸 퀴즈 중 하나를 A일병이 틀리자 정답을 100번 복창하게 하고 ‘죄송하다’는 말을 1000번 외치게 했다. 이후 30여분간 명치를 때리는 등 폭행이 이어졌다. A일병은 폭행을 당한 후 오후 10시30분쯤 기절했고, 중대장이 응급처치한 후 오후 11시쯤 인근 민간병원 응급실로 이송돼 다음 달 오전 1시쯤 의식을 되찾았다. 검사 결과 가슴 연골이 붓고 통증이 심한 상태였다고 한다.

센터는 부대 대응에 문제가 있었다고 비판했다. 센터는 “B상병은 이튿날 오전 분리조치되긴 했으나 A일병에게 ‘널 너무 강하게 키우려 했다’며 뻔뻔한 연락을 했다”고 주장했다.

해병대의 병영 악·폐습이 계속되고 있다는 문제도 제기했다. A일병은 선임에게 당한 인권침해를 외부에 알리면 기수 열외를 당하는 소위 ‘꼰잘’이라는 해병대 문화 때문에 간호사에게 폭행이라고 말하지 못했다고 했다. 자대 복귀 후에는 소속 대대 주임원사로부터 “일병 땐 누구나 힘들다” “정신력이 문제다” 등 2차 가해를 당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A일병은 현재 외상후스트레스장애(PTSD) 등 심한 트라우마와 정신적 충격을 호소하며 신경정신과 병원에 입원한 상태다. 센터는 “가해자를 구속해 엄정 수사하는 것은 물론 구타·가혹행위를 인지하고도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저지른 주임원사 등에 대해서도 의법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