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안전부 내 경찰국 신설에 반발하며 일부 경찰들이 모여 30일 추진하려던 회의가 전면 취소됐다. 경찰국 신설에 대한 반대 의견을 모으기로 했으나 참석자가 공개되면서 희생만 생길 수 있다는 우려에 따라 잠시 미룬다는 것이다.
회의 개최를 제안했던 경남 마산동부경찰서 양덕지구대장 류근창 경감은 28일 경찰 내부망에 글을 올려 “30일 행사는 잠시 ‘연기’하겠다. ‘철회’가 아닌 ‘연기’”라고 밝혔다.
그는 “경찰인재개발원이 아닌 다른 장소에서 30여명 내외의 동료들이 모이는 작은 행사를 추진했다”면서 “(그러나) 경찰관 몇몇이 커피숍에 앉아 차를 마시며 담소를 나눠도 단체행동, 지시위반, 품위손상으로 징계한다는 세상에서 우리가 과연 무엇을 할 수 있겠냐. 저 혼자 주관하므로 저에게만 징계를 달라고 외쳐도 수용될 가능성은 전혀 없다”며 행사 연기를 결정한 배경을 전했다.
그는 “행사가 알려지고 참석자가 공개되면 희생만 발생할 것이라 걱정된다”고 우려하면서 “우리들의 희망을 ‘갈라치기’ 등으로 악용하는 행안부 장관에게 (이번 회의가) 또 다른 빌미를 줄 수 있다”고도 했다.
류 경감은 이어 “중앙경찰학교, 경찰인재개발원, 경찰대학 출신 경찰관, 행정공무원노조, 주무관노조 모두 한마음으로 경찰국 설치를 반대하고 있다”면서 “시행령으로 경찰국을 설치해도 우리는 독립과 중립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류 경감은 전국 서장회의를 주도했다가 대기발령 조치를 받은 후 경찰 내 집단행동 움직임이 잇따라 감지되자 지난 26일 내부망에 글을 올려 “경찰관이 다시 모임을 추진하는 것은 국민에게 심려를 끼칠 수 있다”고 만류한 바 있다.
이후 김성종 서울 광진경찰서 경감이 처음으로 팀장급 회의인 ‘14만 전체 경찰회의’를 제안했다 하루 만인 지난 27일 자진 철회하자, 류 경감은 100명 이하의 소규모 회의를 열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날 행사 장소와 시간을 이날 공개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돌연 연기를 결정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