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계 최초로 ‘수학계 노벨상’이라 불리는 필즈상을 수상한 허준이(39)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 겸 한국 고등과학원(KIAS) 석학교수가 27일 모교인 서울대에서 특강을 진행했다.
이날 서울 관악구 서울대 상산수리과학관에서 열린 필즈상 수상 기념 수학강연회에서 허 교수는 후배 학생들에게 ‘근거 없는 자신감’을 강조했다. 허 교수는 ‘불안에 어떻게 대처하느냐’고 묻는 한 학생의 질문에 “자신감이 중요하다. 자신감 중에서도 근거 없는 자신감이 중요하다”고 답했다. 이어 “근거 있는 자신감은 언제라도 부숴질 수 있지만, 근거 없는 자신감은 스스로에게 유연성을 부여한다”며 “새로운 상황과 새로운 목표를 유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허 교수는 자신의 대학 시절을 돌아보며 “좋지 않았던 것도 따뜻한 기억으로 남게 되더라”며 “여러분의 이 시간을 최대한 즐겨라. 지금 이 시간이 훌륭한 자양분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고 당부했다.
2시간가량 진행된 강연에서 허 교수는 대수기하학의 한 갈래인 ‘호지 이론’을 통해 조합론의 난제를 해결하는 방법을 설명했다. 이는 허 교수가 45년간 수학계의 난제로 남아 있던 ‘리드 추측’을 증명하는 데 사용한 방법론이다.
강연이 끝난 뒤 소감을 묻는 질문에 허 교수는 “(학생들의 높은 관심이) 굉장히 낯설다”며 “수학자라는 직업이 보통은 인기가 있는 직업이 아니다. 제 얼굴을 보려고 사람들이 기다려주는 건 저한테는 정말 새로운 경험”이라고 웃으며 말했다.
강연엔 서울대 학생과 교직원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학생들은 강연이 끝나고도 허 교수와 사진을 찍거나 사인을 받기 위해 한동안 강의실을 떠나지 않았다.
안명진 기자 a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