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나지 않은 코로나19 등의 영향으로 군선교가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가운데 이단들이 틈새를 비집고 들어오는 상황이 뚜렷해지고 있다. 온·오프라인을 넘나들며 활발히 포교 활동을 벌이는 데에 따른 교계의 적극적인 대처가 요구된다.
27일 교계에 따르면 군대에서 세례를 받는 군인들은 3년 전 약 12만명에서 현재 약 2만명으로 급감했다. 대면예배에 참석하는 군인들의 수도 코로나 이전 대비 약 65% 가량 감소했다. 이는 코로나팬데믹의 영향으로 비대면 종교활동이 일반화되고, 과거에 비해 군생활이 편해지면서 안식처로서 종교를 찾는 군인들의 수요가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심각한 코로나 상황 등을 감안할 때 이른 시일에 군선교 상황이 개선될 것으로 보여지지 않는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가운데 이단들의 움직임이 빨라지고 있다. 이들은 최근 군선교가 침체된 틈을 타 보다 적극적으로 군대 내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포교 활동은 단순히 오프라인에서만이 아닌 온라인을 포함한 ‘하이브리드’ 영역에서 행해지고 있다.
주요 교단들이 이단으로 지목한 A단체는 자신들의 교리를 은밀히 전파할 강사들을 군대 내에 파견해 사병, 간부들 대상으로 인성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시간이 갈수록 관련 사례가 쌓이다보니, 머지않아 군대 내 대표 인성교육 프로그램으로 정착될 가능성이 높다는 전언이다. 한 교계 관계자는 “물론 군부대와 처음 접선할 땐 자신들의 모든 걸 오픈하지 않고 건전한 마인드 교육에만 국한된 것으로 철저히 위장한다”며 “마인드 교육을 하면서 자연스레 교리를 설파한다. 동원된 강사들의 화술이 수준급이다 보니, 이에 대한 호응도가 상당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앞선 단체가 조직적인 차원에서 움직이는 것이라면 B단체의 경우엔 주로 개인 차원에서 포교 활동을 펼치고 있다. 해당 단체 포교자는 입대 전 군대에서도 ‘열매’를 맺으라는 목표의식을 주입받는다. 군대가 폐쇄적인 만큼 정서적으로 다가가면 상대방이 마음을 열 수밖에 없는 구조라는 것 등도 교육받는다. 과거 해당 단체 신도였던 김충일 목사(안산상록교회)는 “일정 지침을 받고 실제 군대에 가면 (포교자는) 큐티 등 소그룹 모임을 수단으로 포교를 시도하거나 개인적으로 친분을 쌓고 전역 후 전도하는 경우가 있다”며 “대부분의 신도가 군대생활 2년동안 허송세월하지 않고 한명이라도 전도를 하고 나온다라는 마인드를 갖고 있어서 포교 활동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전했다. 이어 “포교 대상은 아예 무종교자는 아니고 어느 정도 신앙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라고 덧붙였다.
이단으로 규정된 C단체는 군생활에 도움이 되는 내용들로 위장한 단체 소식지를 보내기도 한다. 또 다른 교계 관계자는 “군생활 꿀팁이나 관련 만화, 그리고 위안이 될 만한 문장들을 가득 담은 무언가를 보낸다”며 “그런데 이걸 자세히 들여다보면 뒷부분에 단체의 교리를 교묘히 설파하고 있다”고 말했다. 최근 이 단체는 정식 종교활동에 자신들을 포함시켜 달라고도 요구한 것으로 전해진다.
군대 내에서 핸드폰 사용이 가능해지면서, 이단들은 온라인을 활용한 포교에도 적극 나서고 있다. 젊은 장병들이 관심을 가질 만한 온라인 콘텐츠를 개발해 자연스레 유입을 도모하거나 군대 내 포교자들에게 이를 전파하도록 권장한다. 또 일부 이단들의 경우 신도들이 군대에 가서 신앙이 약화되지 않도록 온라인 어플리케이션을 통해 관리하기도 한다. 탁지일 부산장신대 교수는 “이단들의 온라인 콘텐츠는 상당히 고퀄리티를 자랑하며, 실제로 군대 포교활동에서 적잖은 성과를 내고 있다”며 “이에 비해 기독교는 대안적인 온라인 콘텐츠가 매우 미약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위장한 채 다가오는 이단의 실체를 장병들이 제대로 파악할 수 있게 만드는 것이 급선무라고 입을 모은다. 탁 교수는 “한국은 헌법에서 보장하는 종교의 자유가 있는 만큼 이단이라 해서 물리적으로 막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군목실 등을 통해 수시로 (장병들에게) 이단 관련 정보들을 제공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군 선교 자체의 역량 강화도 시급하다. 세례 숫자 등 거시적인 측면에만 신경쓸 것이 아니라 장병들에게 정서적, 미시적으로 다가가는 게 절실하다는 지적이다. 한 군종목사는 “결국은 이단을 능가하는 군선교 역량을 갖추는 게 핵심”이라며 “진정으로 젊은 장병들의 마음을 얻을 수 있는 온·오프라인 선교 활동을 개발, 적용해야 한다”고 전했다.
최경식 기자 kschoi@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