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법무법인 한바다의 신입 변호사입니다. 영우는 ‘똑똑 똑’ 노크하고 손가락으로 숫자를 센 뒤 다른 사람의 방으로 들어갑니다. 다소 엉뚱할 수 있지만, 자폐가 있는 영우만의 루틴이자 사회와의 소통 방식입니다.
누구 하나 먼저 장애인에게 다가가려 하지 않는 한국 사회에서 영우는 우리에게 먼저 다가왔습니다. 이제 우리가 영우 같은 장애인들에게 먼저 다가가 보려고 합니다.
우영우를 집필한 문지원 작가와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이 26일 기자들과 만났습니다. 두 사람은 예상치 못했던 드라마의 인기에 얼떨떨해하며 시청자들에게 감사를 표했습니다.
특히 자폐인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이 화제가 되면서 장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진 것을 알고 있을 뿐 아니라 그 과정에서 지적되는 작품의 한계에 대해서도 겸허히 받아들인다고 했는데요. 그러면서 문 작가는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건 우리 드라마 자체가 아니라 작품을 계기로 나오는 이야기라고 생각한다”며 “사회구성원으로서 그 이야기를 최대한 경청하려 한다”고 했습니다.
과연 시민들은 우영우와 만난 뒤, 어떤 이야기를 만들어가고 있을까요? 지난주 8화까지 반환점을 돈 우영우를 시청한 시민 8명의 마음에 ‘똑똑’ 노크해봤습니다. 이번 주 ‘똑똑’(똑바로 거꾸로 봐도 똑같은 사람입니다)의 키워드는 ‘경청과 공감’입니다.
편견 깬 우영우, 경계해야 할 점도
박모씨(61·택시기사)는 가족들이 드라마를 모두 챙겨보다 보니 자연스럽게 우영우에 빠졌다며 웃었습니다. 택시라는 업무의 특성상 본방사수는 하지 못했지만 현재 6화까지 챙겨봤다고 합니다.
그는 “우리 세대에서 장애인은 배제당하는 존재였어요. 불결한 존재라고 할까요? 하지만 영우를 통해서 그런 오해가 풀린 것 같아요”라고 운을 뗐습니다. 그러면서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대해서도 잘 알게 된 것 같아요. 그전까지는 사회와 단절된 사람들로 알고 있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람들도 장애인들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계기가 됐으면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을 키우는 주부 최현희씨(45)도 드라마의 선한 영향에 동의했습니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만큼 교육적 측면에서의 장점을 강조했죠.
최씨는 “드라마를 통해서 아이들이 장애인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배웠으면 좋겠어요. 어른들에게도 낯선 장애인을, 아이들이 드라마를 통해 배운다면 더 쉽게 체감할 수 있을 거 같아요”라고 답했습니다. 다만 최씨는 “최근에 아이들 사이에서 ‘우영우’라는 단어를 써가며 친구들을 놀린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이런 부분이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아이들이 깨달았으면 해요”라고 경계했습니다.
방송업계에 종사하는 A씨(55)와 B씨(49)는 사회의 소수자를 정면으로 내세운 점에 주목했습니다. 이들은 “그동안 장애인이 미디어에 등장할 때 주인공인 적은 드물었어요. 그런데 우영우는 달랐죠. 장애인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 사회적 문제를 무겁지 않지만, 재미있으면서도 진지하게 풀어갔기에 많은 시청자의 호응이 있지 않았을까요?”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했습니다.
반면 3년차 직장인 김현수씨(32)는 사뭇 다른 의견을 제시했습니다. 우영우라는 캐릭터가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부추긴다는 주장이었습니다.
김씨는 “우영우처럼 천재인 자폐인이 몇이나 되겠어요? 실제 자폐인이 연기했다면 이런 반감이 덜 했을 거에요. 최근 방영한 ‘우리들의 블루스’에선 실제 장애인이 연기해서 더 많은 감동과 시사점을 전했다고 생각하거든요”라고 말했습니다.
다음 달 출근을 앞두고 있다는 이하연씨(30)도 “최근 자폐인 부모들이 우영우 드라마를 보고 상처를 받았다는 소식을 접했어요. 드라마가 이런 부분도 신경 썼으면 어땠을까 생각해요”라고 아쉬움을 토로했습니다.
인상 깊은 장면들, 이렇게 봤어요
취업 전선을 떠난 지 1년이 채 되지 않은 새내기 직장인 전진형씨(26)는 가장 인상 깊은 대사로 극중 영우의 아버지가 법무법인 한바다 한선영 대표에게 말한 “이 세상은 영우에게 기회를 주지 않아”를 꼽았습니다.
전씨는 “우리 사회가 (장애인에게) 차별적인 대우를 안 한다고 하지만, 실제로는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나 선입견이 채용 과정에 들어가 있어요. 이 대사를 통해서 사회적 편견을 잘 꼬집은 것 같아요”라고 평가했습니다.
여대생 C씨(22)는 우영우가 ‘봄날의 햇살’이라고 부르는 최수연 변호사의 이야기에 크게 공감했습니다. 수연은 극중 영우에 대한 부정채용 의혹이 제기되자 “네 성적으로 아무 데도 못 가는 게 차별이고 부정이고 비리야!”라고 발끈했는데요.
C씨는 “장애인들의 지하철 시위에 대해 ‘시위가 잘못됐다’고 하는 의견도, 반대로 ‘시위를 하게끔 만든 사회가 문제다’라는 의견이 공존하잖아요. 수연의 말에서 지하철 시위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가 생각났어요”라고 말했습니다.
A씨도 이 장면을 꼽으면서 “우리 사회의 공정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보게 했어요. 비장애인에게 유리한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차별당하는 장애인의 현실이 씁쓸해요”라고 떠올렸습니다.
이씨도 수연의 모습을 명장면이라고 치켜세웠습니다. 그는 “사회에서 수연과 같은 인물이 몇이나 될까요? 수연을 보면서 저도 반성했고, 반성한 분들이 많다고 생각해요. 사람들이 수연과 같은 따뜻한 마음을 가졌으면 해요. 물론 저도 노력할 겁니다”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권모술수’ 권민우에 대해서는 대체로 비판적인 의견이 많은 가운데 그의 심정도 이해는 된다는 반응이 있었습니다.
B씨는 “영우를 연기한 박은빈 배우가 다른 작품에서 ‘선은 네가 넘었어’라는 대사를 했었는데, 그걸 빌어 말하자면 ‘민우는 선을 아주 많이 넘었습니다’”라며 “장애인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어요”라고 꼬집었습니다.
다만 전진형씨는 “장애 여부를 떠나 우영우의 아버지가 대표와 관계가 있는 특별한 상황이라면 충분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사회에서도 이런 시각이 충분히 있는 것 같고요”라고 말했습니다.
3화에 등장한 또 따른 자폐인 김정훈 에피소드가 가장 먼저 떠올린다는 이도 있었습니다. 김현수씨는 “정훈은 영우와 완전히 달라요. 성격부터 사회성까지 말이죠. 정훈을 통해 자폐인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려준 거 같아요”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당탕탕 우영우, 더 남은 이야기
박씨는 우영우가 드라마로만 끝나면 안 된다고 했습니다. 그는 “드라마로 끝내긴 아쉬워요. 최근 드라마 덕분에 장애인 이슈가 수면 위로 올라왔는데 이를 계기로 조금이라도 장애인들이 살기 좋은 대한민국이 됐으면 합니다”라고 소망했습니다.
전씨는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를 강조했습니다. 전씨는 “모든 장애인이 다 똑같은 게 아니라 장애인마다 다른 특성이 있다”면서 “장애인을 바라보는 인식이 바뀌었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대학생 C씨는 “여전히 소수자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은 점이 많아요. 앞으로도 장애를 다루는 다양한 드라마가 나왔으면 해요”라고 말했습니다. 김씨는 “장애인 배우가 낯설지 않은 드라마 제작 환경이 오기를 소망해요”라고 의견을 더했습니다.
시민들은 모두 각기 다른 소중한 이야기를 들려주셨습니다. 가장 인상깊게 본 장면도, 각자 드라마를 즐기는 방식도 달랐지만 딱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우리 사회가 아직 장애인을 차별하고 있다는 것.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있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좀 더 달라져야 한다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선 영우가 깨달음을 얻는 순간 고래가 등장합니다. 이 장면을 유인식 감독은 고래와 유레카를 합성한 단어 ‘고레카’라고 부르며 설명했는데요. 유 감독은 “많은 분들이 깨달음의 크기에 따라 고래 크기가 달라진다거나 다양한 해석을 해주셨다”며 “앞으로도 뜻밖의 장소에서 고래들이 나오는 장면이 있으니 기대해달라”고 했습니다.
유 감독과 문 작가는 시청자의 해석과 이야기가 있기에 드라마가 완성됐다는 뜻을 재차 강조했는데요. 과연 여러분이 우영우를 만나서 발견한 고레카는 무엇인가요? 여러분의 고레카 장면에 등장할 고래는 남방큰돌고래인가요? 향유고래인가요?
어떤 고래 이야기이든지 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특정 대상을 향한 비하와 혐오 표현은 절대 금지입니다. 만약 적발 시, 법무법인 한바다의 우영우 변호사를 선임할 예정입니다. 여러분 각자의 이야기를 들려주세요.
이찬규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