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전 의원은 지난 26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를 ‘내부 총질이나 하는 대표’라고 지칭한 윤석열 대통령의 문자 메시지 유출 사진을 아무런 언급 없이 SNS에 공유했다.
유 전 의원은 이날 오후 자신의 인스타그램에 권성동 국민의힘 대표 권한대행 및 원내대표가 전날 국회 본회의장에서 확인한 윤 대통령과의 문자 메시지 사진을 공유했다. 이를 두고 당 안팎으로 제기되던 윤 대통령의 당무 개입설과 관련해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앞서 유 전 의원은 지난 9일 이준석 대표가 성 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을 명목으로 당원권 정지 6개월이라는 중징계를 받자 “국민의힘 윤리위원회나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들을 보면 조폭 같다, 이게 조폭들이 하는 일과 뭐가 다르냐”고 거칠게 비판한 바 있다.
그는 당시 “이 대표를 비호하거나 감쌀 생각은 조금도 없다”면서도 “의혹이 사실이 아니라면 윤리위와 윤핵관들은 엄청난 혼란을 일으킨 데 대해 아주 엄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렇게 중징계를 내리는 건 굉장히 졸렬한 처사”라고 말했다.
같은당 김웅 의원도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내부 총질”이라고 적은 뒤 이 대표가 윤 대통령과 대통령 선거운동을 하며 같이 찍은 사진 등을 올렸다. 마지막에는 이 대표가 대선 기간 동안 전국을 돌아다닌 동선을 빨간색 선으로 빽빽히 표시한 전국 지도를 올리기도 했다.
그는 지난 8일에도 “남이가 진 앞에 출몰하면서 사력을 다하여 싸우니 향하는 곳마다 적이 마구 쓰러졌고 몸에 4,5개의 화살을 맞았으나 용색이 태연자약하였더라”라는 세조실록 구절을 인용하면서 이 대표를 감싼 바 있다.
국회 사진기자단은 전날 오후 4시쯤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이 열린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 대통령과 텔레그램 메시지를 주고받던 권 대행의 휴대전화 화면을 촬영했다.
‘대통령 윤석열’로 표시된 발신자는 “우리 당도 잘하네요. 계속 이렇게 해야”,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가 바뀌니 달라졌습니다”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내부 총질이나 하던 당 대표’는 이 대표를 지칭하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권 대행은 “대통령님의 뜻을 잘 받들어 당정이 하나 되는 모습을 보이겠습니다”고 했고, 윤 대통령은 엄지손가락을 든 이모티콘을 보냈다.
해당 메시지가 언론에 보도되자 권 대행은 두 시간 여 만에 사과문을 내고 “이유를 막론하고 당원 동지들과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대통령실은 27일 “사적인 대화 내용이 어떤 경위로든지 노출돼 국민이나 여러 언론에 일부 오해를 일으킨 점에 대해 대단히 바람직하지 않다. 유감스럽다”면서도 “대통령실이 공식적으로 추가 입장을 밝히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밝혔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