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의 남자’ 송강호가 ‘브로커’에 이어 이번엔 ‘비상선언’으로 관객들을 찾아간다.
다음달 3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하와이행 비행기 안에서 테러가 발생하는 항공재난물이다. 송강호는 비행기의 안전을 확보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팀장 인호역을 맡았다. 인호의 아내도 이 비행기에 탑승해있다. 경찰로서 승객의 안전을 책임져야 한다는 중압감과 아내에 대한 걱정으로 인해 인호는 필사적으로 해결책을 찾으려 한다.
송강호는 27일 기자들과 화상으로 만나 처음 ‘비상선언’의 대본을 받았을 때를 회상했다. 그는 “재난을 통해서 관객들에게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가 굉장히 흥미로웠다”며 “(재난에) 어떻게 대처하고 어떤 방법으로 상황을 이겨내는지가 중요하다. 그 과정에서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해야 할 가치가 무엇인지 대본에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비상선언’의 내용이 우리가 지난 2년간 겪은 코로나19 팬데믹과 일맥상통한다고 봤다. 송강호는 “(관객들도) 원치 않은 팬데믹 상황에서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비상선언’을 통해 희망을 발견하면 좋겠다”며 “희망은 재난을 이겨낸다. 그 과정에서 사회공동체의 의미를 느끼면서 감동을 받길 바란다”고 전했다.
‘비상선언’ 속 승객들은 피할 수 없는 재난에 큰 공포감을 느낀다. 패닉에 빠지고 때론 좌절하지만 그들은 마지막까지 인간성을 놓지 않는다. 송강호는 “인간은 약할 수 있지만 무엇보다 강할 수 있다. 재난을 헤쳐 나가는 사람들의 모습을 통해서 분명히 (이 강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인호라는 캐릭터에 대해 그는 “비행기 안에 사랑하는 아내가 타고 있는 상황에서 오는 인간적인 절박감과 (경찰로서) 직업의식이 뒤섞인 인물”이라고 소개했다. 긴박한 상황이지만 인호는 관객들에게 웃음을 주는 유일한 캐릭터이기도 하다. 비극 속에서도 불쑥 튀어나오는 일상적인 모습을 반영했다.
‘비상선언’의 엔딩은 함축적 의미를 지닌 채 끝난다. 명료한 끝을 보여주지 않는다. 송강호는 “어떤 재난이든 우리가 충분히 희망적으로 헤쳐 나갈 수 있다는 걸 보여주는 동시에 우리 삶에서 가장 소중하게 느껴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는 엔딩”이라고 말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