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응천 문화재청장은 최근 청와대 개방 후 활용방안을 놓고 혼선이 빚어진다는 지적에 대해 “준비가 미흡했다. 제 불찰”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27일 서울 중구 한국의집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청와대 개방) 이후 방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준비하지 못했던 점 인정한다”면서 이 같이 언급했다.
국립중앙박물관 부장과 동국대 교수를 지낸 불교미술 전문가인 최 청장은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문화재청을 이끌게 됐다.
최 청장은 지난 5월 취임 후 처음 갖는 이날 기자간담회에서 문화재청의 주요 정책 방향과 과제 등을 내놓았지만, 대부분의 질문은 윤석열정부에서 개방한 청와대 활용방안과 관리 주체, 후속 대응 등에 집중됐다.
지난 21일 문화체육관광부가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청와대를 문화예술 랜드마크로 만들 것”이라고 보고한 과정에 문화재 관리 주체인 문화재청을 패싱했다는 논란이 인 것 때문이다.
문체부의 업무보고 사흘 뒤인 지난 25일 국가공무원노동조합 문화재청지부는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재탄생시켜 베르사유 궁전처럼 꾸민다는 문체부 장관의 업무보고에 우려를 표명한다”면서 (결정 과정에서) 청와대를 관리하고 있는 문화재청, 국민의 의견을 들었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가치 있는 우리 문화재를 보존하고 보호하는 임무를 갖는 문화재청으로서는 미술관 개방시 문화제 훼손 가능성에 대한 대비책과 유지 계획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최 청장은 관련 질문이 계속되자 “청와대 말고도 문화재청의 다른 사업에도 관심을 가져 달라”며 난감함을 표출하기도 했다.
다만 “문화재청이 담당하는 문화재는 청와대 말고도 수없이 많다”면서도 “최근 청와대를 미술관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두고 문화재 훼손에 대한 우려가 큰데 대통령실, 문체부와 함께 긴밀하게 협의할 것”이라고 했다.
최 청장은 ‘문화재청 패싱 논란’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에 대한 질문이 이어지자 “문화재청은 본연의 업무를 충실히 할 것이고 어디로 (관리·운영 권한이) 이관되든 (문화재 보존이라는) 우리가 맡은 부분, 활동은 그대로 유지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관리주체가 어디가 되든 문화재로서 청와대를 보존, 유지하는 업무는 중요하다는 취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면서 “(청와대 관리·운영 업무를) 맡은 쪽이 오히려 손해”라며 “솔직히 말하면 (문화재청이) 직접 해보니 힘들고, 예산이나 인력을 다른 데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채수희 문화재청 청와대국민개방추진단장은 “문체부 역시 문화재를 훼손하는 방향에 대해서는 조심하면서 이를 활용하는 방안을 고민하고 있고, 문화재청도 협조할 것”이라며 조심스런 입장을 밝혔다.
한편 청와대 활용 방안과 관련해 문화재청 궁능유적본부는 최근 ‘경복궁 후원 기초조사 연구용역’을 발주한 바 있다. 참여한 업체와는 조만간 용역 계약을 체결할 예정이다.
윤순호 문화재보존국장은 “기초 (연구) 조사를 통해서 보존해야 할 핵심 요소와 활용 부분을 고민하고 문체부의 활용 방안과 관련해서는 최대한 보존해야 할 부분은 보존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 청장은 다만 청와대 전역을 국가지정문화재 사적으로 하는 방안은 쉽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적의 경우, 충분히 지표 조사나 발굴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전면적인 사적 지정은 어려워 보이고 건축물로서 가치를 인정하는 ‘등록문화재’ 정도가 되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한편 최 청장은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인 ‘김포 장릉’ 인근에 조성된 이른바 ‘왕릉 아파트’ 단지 사태와 관련해서는 “(부당한 행위에 대한) 조처를 하지 않으면 제2, 제3의 사태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그는 “1심 판결에 논쟁 소지가 많은 부분이 있다. 2심이 어렵다고 하더라도 경종을 울리기 위해서 항소한 것”이라고 최근 항소를 결정한 배경을 설명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