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코트 세리모니’ 중 단체 퇴장, 美 미시간대 의대생들에게 무슨 일이?

입력 2022-07-27 14:41 수정 2022-07-27 14:43
미시간대 의대 학생 수십명이 지난 20일(현지 시간) 강당에서 열린 ‘화이트코트 세리모니(White coat ceremony)’ 행사에서 기조연설자가 등단하자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하고 있다. 트위터 캡처

지난 20일(현지 시간) ‘화이트코트 세리모니(White coat ceremony)’가 진행된 미국 미시간대 의학대 강당. 의사의 상징인 하얀색 가운이 수여되고 의대생들이 히포크라테스 선서를 할 예정이었던 이날 행사 현장에 기조연설자가 등단하자 수십명의 학생들이 자리에서 일어나 출구로 향했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이날 무대에 오른 기조연설자는 생명학과 조교수인 크리스틴 콜리어 박사였다. 건강한 영성과 종교 프로그램 책임자였던 그는 학내에서 낙태반대론자로 꼽히던 인물이다. 그의 연설이 낙태에 초점을 맞추지 않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일부 학생들은 몇 주 전 그가 기조연설자로 임명되기에 앞서 학교 측에 ‘연설자 변경’을 청원했다. 하지만 이 청원은 기각됐다. 마샬 런지 학장은 이에 대해 “학문의 자유, 탁월함의 기초가 되는 개인적 생각과 생각의 다양성, 이를 비판적으로 사고하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며 기각 사유를 밝혔다.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달 24일(현지 시간) 여성의 낙태를 헌법상 권리로 인정한 ‘로 대(對) 웨이드’ 판결을 49년 만에 파기한 이후 각 지역에서는 이에 대한 찬반 입장이 엇갈리며 갈등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미시간 주에서는 낙태가 여전히 합법이고 미시간대의 의료 센터인 미시간 메디슨은 낙태 서비스를 계속 제공하고 있다. 이날 일부 학생들은 낙태에 대한 논란이 여전한 상황에서 학교의 결정에 거부감을 표시한 것이다. 당일 현장을 담은 트위터 영상은 빠르게 확산되며 ‘좋아요’ 83만(27일 오후 2시 현재)을 기록하고 있다.

의료용 가운을 입은 학생들과 학부모들 앞에서 기조연설에 나선 콜리어 박사는 우려와 달리 예비 의료인로서 가져야 할 마음가짐과 도전의식 등을 전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지구상에 존재하는 위대한 직업 중 하나로 살아가기 위해 모인 이들과 그 가족들을 환영하기 위해 모였다. 우리 앞에는 세상을 치유하기 위해 해야 할 많은 일들이 있다. 그 중요한 목표를 위해 집중할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고 빌리 그래함 목사의 아들이자 기독교구호단체 사마리안 퍼스(Samaritan’s purse)의 대표 프랭클린 그래함 목사는 소식을 접한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입장을 밝히며 콜리어 박사에 대한 지지를 표했다. 그는 “강력한 반대 속에서도 공개적으로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하는 삶을 지키는 콜리어 박사의 모습에 감사를 전한다”고 전했다. 이어 “우리는 콜리어 박사와 같은 전문가와 교육자를 위해 기도해야 한다”며 “이 같은 행동들이 수많은 젊은 예비 의료인들에게 영향을 미치기를 기도한다”고 덧붙였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