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 여군, 이예람 숨진 관사 배정…“괴롭힘 정황 유서”

입력 2022-07-27 13:42 수정 2022-07-27 14:02
임태훈(오른쪽) 군인권센터 소장이 27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공군 제20전투비행단 강 하사 사망 사건 관련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충남 서산의 공군 제20전투비행단에서 최근 여군 부사관 강모(20) 하사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부대 내 괴롭힘 정황이 담긴 유서가 발견됐다는 주장이 나왔다. 극단적 선택을 했다고 추정되는 강 하사는 같은 부대에서 근무했던 고(故) 이예람 중사가 숨졌던 관사에서 생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군인권센터는 27일 서울 마포구 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유서로 추정되는 강 하사의 다이어리에서 상급자와 관련해 겪었던 부당한 일이 있었다는 점, 공군 교육사령부 체력검정 담당자가 강 하사에게 부당한 처사를 한 바 있었다는 점, 일련의 과정에서 항공과학고 진학 및 입대를 후회한다는 얘기 등이 다수 적혀 있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강 하사의 사망에 부대적 요인이 있다고 판단한다”고 했다.

현장감식에 동행했던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강 하사의 관사를 현장 감식할 때 거실 바닥에서 유서로 추정되는 다이어리와 스마트폰, 스마트워치가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며 “현장 감식과 동시에 유서를 발견했는데 이 사건 첫 보도 당시 군은 ‘유서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 부분에 대한 추가 확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임관한 초임 하사인 강 하사는 지난 19일 오전 20비행단 관사 발코니에서 숨진 채 동료에게 발견됐다. 20비는 지난해 5월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가 성추행을 당했던 부대이기도 하다. 외부 침입 흔적이나 공격에 저항한 방어흔 등은 발견되지 않아 극단적 선택으로 추정되고 있다.

강 하사가 숨진 채 발견된 장소이자 강 하사가 살던 관사가 이 중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이 중사 남편의 관사라는 사실도 파악됐다. 센터에 따르면 독신자 숙소에 살던 강 하사는 지난 1월 20비행단 복지대대에 신청해 관사에 입주했다. 강 하사는 지난 4월 집으로 온 이 중사 관련 우편물을 보고 해당 관사가 이 중사가 사망한 장소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된 후 주변 동료들에게 공포감과 정신적 스트레스 등을 호소했다고 한다.

센터는 “관사 배정을 관리하는 복지대대가 부대 사정을 잘 알지 못하는 초임 하사에게 일언반구 없이 6개월간 비어있는 등 아무도 살지 않으려고 한 관사를 배정했다”며 “복지대대의 관사 배정 과정은 물론, 초임 하사로서 신상 관리 대상이 되는 강 하사가 해당 관사에 거주하게 된 사정과 정신적 스트레스를 겪은 상황을 군이 인지하고 있었는지 등을 면밀히 수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장감식과 이후 수사와 관련해 군의 대응에 문제가 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 사건은 지난 1일 군사법원법 개정 및 군인권보호관 설치 이후 발생한 사건이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개정된 법과 시행령 등에 따르면 ‘사망의 원인이 되는 범죄’는 민간으로 담당이 이전되고, 이를 위해 민간 검·경찰 등이 수사에 입회해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데도 군이 수사기록 일체 제공을 거부하고 있다”며 “사망과 다른 범죄의 인과관계 판단을 군이 하게 돼 있어서, 군사경찰과 민간경찰 간의 권한을 두고 다툼을 해야 하는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