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파벳도, MS도 강달러에 ‘어닝미스’ [3분 미국주식]

입력 2022-07-27 10:49
사진 뉴시스

미국 주요 기술주로 대표되는 마이크로소프트(MS)와 알파벳이 27일(한국시간) 뉴욕 증권시장 마감 이후 2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두 회사의 실적은 실적시장 전망을 밑도는 ‘어닝 미스’를 나타냈다. 뉴욕증시는 주요 기업들의 부진한 실적 속에 내림세를 보였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220.09포인트(1.87%) 떨어진 1만1562.58에 각각 마감했다. 시장은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결과와 아마존과 애플 등 대형 기술주들의 실적 발표를 기다리며 관망세를 유지하는 분위기다.

1. 알파벳 [GOOGL]

세계 최대 검색 엔진인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이 2년 만에 가장 저조한 분기 매출액 증가율을 기록한 실적을 내놨다. 알파벳은 이날 장 마감 뒤 발표한 2분기 실적에서 매출액이 지난해 동기보다 12.6% 증가한 696억9000만달러(약 91조4000억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0년 2분기 이후 가장 낮은 증가율이다. 순이익은 13.6% 감소한 160억달러(약 21조원)에 그쳤다. 모두 월가의 시장 전망치(컨센서스)를 밑돌았다.

강달러로 인한 환차손이 매출 감소의 주요 원인이다. 알파벳은 이날 실적 발표에서 환율 영향이 없었다면 매출 증가율이 16%는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구글이 새 성장동력으로 삼고 집중적으로 투자한 클라우드 부문 매출액은 1년 전보다 35.6% 급증한 62억8000만달러(약 8조2000억원)로 집계됐다. 하지만 영업손실도 8억580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 달했다.

알파벳의 핵심 사업인 광고 매출은 올해 2분기 563억달러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보다 12% 증가한 것이다. 검색 광고 매출은 14% 오른 406억8900만달러다. 유튜브 광고 매출이 73억4000만달러로 증가율이 5%에 불과한 점이 눈에 띈다. 1년 전 증가율(84%)보다 많이 감소한 것이다.

이는 경기 침체 우려로 기업들이 광고를 크게 줄인 탓으로 풀이된다. 인터넷 검색과 내비게이션 시장을 지배하는 구글은 온라인 광고 시장의 활력을 보여주는 지표로 평가된다. 루스 포랏 알파벳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일부 광고주들이 여러 요인에 따른 불확실성을 고려해 지출을 줄였다”고 설명했다.

다만 ‘어닝 쇼크’ 수준의 2분기 실적을 내놓은 트위터와 스냅 등 소셜미디어에 비하면 부진은 크지 않다는 평가도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알파벳이 광고 시장의 성장세 둔화 속에서 탄탄한 회복력을 보이면서 시장 예상치에 들어맞는 2분기 매출을 거뒀다”고 평가했다. 실제 알파벳은 시간 외 거래에서 4% 이상 급등세를 보였다.

2. 마이크로소프트 [MSFT]

세계 최대 소프트웨어 업체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월가 컨센서스를 밑돌았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날 장 마감 뒤 2분기에 작년 동기보다 12% 증가한 518억7000만달러(약 68조원)의 매출액을 올렸다고 발표했다. 2020년 이후 가장 낮은 성장세다. 순이익은 2% 늘어난 167억4000만달러(약 21조9000억원)로 확인됐다. CNBC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순이익이 월가 기대를 밑돈 것은 2016년 이후 6년 만이라고 전했다.

마이크로소프트 역시 20년 만에 최고치를 보인 미 달러화의 강세를 매출 타격의 원인으로 짚었다. 환율 변동으로 매출액은 5억9500만달러, 주당 순이익은 4센트 낮아졌다고 설명했다. 일반적으로 달러화 강세는 기술 기업의 수출 실적에 불리하게 작용한다. 달러화로 환산한 수익이 그만큼 줄어들기 때문이다.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역사적으로 달러 가치가 전년 대비 1%포인트 오르면 S&P500지수의 주당 순이익 증가율은 0.5%포인트 감소했다.

3. 월마트 [WMT]

초대형 유통업체 월마트는 전날보다 7.60%(10.04달러) 하락한 121.98달러에 거래를 종료했다. 월마트가 전날 장 마감 무렵 실적 전망치(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것이 이날 내내 증시 전반을 짓눌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월마트는 2분기 순이익이 2분기 8∼9%, 연간 11∼13% 각각 하락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플레이션 탓에 소비자들이 식료품과 연료 등 생필품에 많은 돈을 지출하면서 의류와 같은 임의소비재 지출을 줄이고 있다는 게 이유였다.

월마트의 가이던스 하향 조정은 소비 위축에 대한 경고로 해석되며 소매업체 전반에 악재로 작용했다. 콜스가 9.1%, 메이시스가 7.2% 각각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유통주의 낙폭이 컸다. 전통의 유통기업뿐 아니라 전자상거래 회사 아마존(-5.2%)과 쇼피파이(-14.1%)도 급락세를 보였다.

하루 3분이면 충분한 월스트리트 산책. [3분 미국주식]은 서학 개미의 시선으로 뉴욕 증권시장을 관찰합니다. 차트와 캔들이 알려주지 않는 상승과 하락의 원인을 추적하고, 하룻밤 사이에 주목을 받은 종목들을 소개합니다.


송태화 기자 alv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