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계절근로자’···“일꾼이 아니라 가족입니다”

입력 2022-07-27 08:04
26일 필리핀 딸락주 계절근로자 70명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자 봉화군이 현수막을 내걸고 환영했다. 봉화군 제공

근로조건과 인권 피해 방지를 위한 사전 교육을 받은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풀베기 작업을 하고 있다. 봉화군 제공

“요즘 농촌에서는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없으면 아무 것도 못해요”

코로나19로 중단됐던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이 재개되면서 인력난에 시달리던 농민들이 적극 반기고 있다.

경북 봉화군은 26일 필리핀 딸락주 계절근로자 70명이 입국해 일손 부족을 겪는 농가에 배치했다고 27일 밝혔다.

농촌 인구 감소와 노령화에 따른 농번기 고질적인 일손 부족 해소를 위해 봉화군은 지난 2018년부터 외국인 계절근로자 제도를 도입해 왔고 매년 해외 근로자가 입국해 3개월 간 일한 뒤 출국한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지난 2년 동안 외국인 계절근로자 입국이 지연되고 지난해보다 오른 인건비에도 불구하고 일할 사람이 없어 농촌 인력 수급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봉화군은 외국인 계절근로자 도입을 위해 올해 초부터 베트남 및 필리핀과 지속적으로 접촉을 시도했으며 지난 6월 필리핀 딸락주와 계절근로자지원 MOU를 체결해 이날 근로자 70명이 입국하게 됐다.

이들은 근로조건과 인권피해 방지를 위한 사전 교육을 받은 후 고추따기, 과수적과 및 봉지씌우기 등 주요 농작업 현장에 투입됐다.

군은 7월 중순에는 베트남 하남성과 세부협의를 완료해 50명의 베트남 계절근로자도 8월 중순에 추가 입국할 예정이다.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이 사과 수확을 하고 있다. 봉화군은 근로자의 무단이탈로 농가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계절근로자 입국 전 현지 보증금 예치 등 철저한 이탈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봉화군 제공

봉화군은 ‘결혼이민자 친척 초청 계절근로자 사업’도 진행하고 있다.
관내 거주 결혼이민자들의 4촌 이내 친인척을 초청해 인력난을 해소하는 방식으로 추진되는 이 사업은 65명이 입국 준비 중이다.

군은 특히 근로자의 무단이탈로 농가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계절근로자 입국 전 현지 보증금 예치 등 철저한 이탈 방지 대책을 마련했다.

또 농작업 현장에 투입된 외국인 계절근로자들의 최소한의 권익을 보장하고 외국인을 고용하는 농가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군에서는 산재보험료를 지원해 주고 있다.

지난 25일 외국인 계절근로자의 입국에 앞서 필리핀 계절근로자의 성공적인 농촌정착을 위해 20명의 농가주를 대상으로 인권침해 예방교육 및 근로계약 준수사항 등의 사전교육도 실시했다.

주민 박상철(49) 씨는 “당장 수박 봉지씌우기와 고추수확이 늦어질 것 같아 걱정이 많았는데 적기에 농작물 수확작업이 이루어질 것 같아 감사하다”며 “근로자들을 단순한 일꾼이 아닌 가족처럼 여겨 다음에 다시 오고 싶은 곳으로 기억될 수 있게 하겠다”고 말했다.

타바고 줄리어스(34) 씨는 “농작물 수확 작업은 해 본 경험이 있어 큰 어려움이 없을 것 같고, 고용주분의 인상이 좋아 보여 앞으로 3개월 간의 봉화생활이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봉화군도 농촌인력 부족 문제 해소를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 박현국 군수의 공약사업 ‘외국인 근로자 농촌일자리 중개센터 건립 추진’과 농촌인력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농업인력 지원시스템 구축 및 인력공급 다양화 방안’ 마련을 위해 최근 농촌인력지원 전담TF팀을 신설했다.

박현국 봉화군수는 “필리핀·베트남과 우호친선 교류를 확대해 우수한 외국인근로자가 입국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효율적인 인력 공급 방안을 마련해 모든 농가들이 안심하고 영농에 전념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봉화=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