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의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를 연출한 유인식 감독이 26일 ‘우영우 패러디 논란’에 대해 “드라마에 잘 등장하지 않는 인물이 소재가 돼서 사회적으로 인기를 얻다 보니 생각해보지 않았던 문제의식이 생겨나는 것 같다”며 “지혜로운 시청자들이 토론과 공론화를 통해 시대의 기준점을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유 감독은 이날 서울 상암동 스탠포드호텔에서 열린 ENA 수목극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기자간담회에서 “패러디를 걱정하시는 분들도 많고, 드라마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그런 이야기가 편안하지만은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상생활이나 유튜브에서 우영우를 따라 하는 분들이 ‘자폐인을 비하하고 싶다’는 생각으로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면서 “본인이 사랑하는 캐릭터를 보고 있으면 한 번쯤 따라 해보고 싶을 수 있다”고 운을 뗐다. 이어 “그런데 극 중 우영우가 하는 행동은 드라마에서 쌓아온 맥락 위에서 하는 것이라 이해하면서 볼 수 있지만, 바깥에서 그 행동의 어느 순간만을 하게 되면 다른 맥락이 발생한다. 그게 바로 불특정 다수에게 전달되는 세상이다 보니 본인의 의도와 다르게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유 감독은 “조심해야 하는 시대다. 몇 년 전 받아들이던 감수성도 지금은 빠르게 변하고 있다. 누군가가 ‘여기부터 희화화고 여기부터는 패러디’라고 정할 수 있는 부분은 아니다”라며 “사회적 합의나 시대적 감수성 차원에서 공론화하면서 기준점이 생겨나지 않을까 싶다”고 부연했다.
그는 특히 우영우 역을 맡은 박은빈 배우의 조심스러운 반응도 전했다. 유 감독은 “박은빈도 처음에 조심스러워했다. 우영우 캐릭터와 연기는 극 밖에서 하지 않는 게 좋겠다고 했다”라며 “인터뷰 때도 그런 걸 주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극 중 우영우 캐릭터와 말투를 맥락 없이 따라 한 일부 유튜버와 틱톡 크리에이터들의 행태에 대해 ‘장애를 희화화한다’는 비판이 거세게 일었다.
앞서 한 유튜버가 지난 18일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이상한 와이프 우와소’라는 제목의 우영우 패러디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됐다. 이 유튜버는 “저의 코드가 본인과 맞지 않는 분들은 구독을 취소하거나 차단해 달라”고 대응해 네티즌들의 공분을 샀다.
또 20여만명의 구독자를 보유한 유튜버 ‘미선짱’도 드라마 속 우영우의 모습을 따라 한 영상을 올렸다가 네티즌의 뭇매를 맞고 사과문을 올린 바 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천재적인 두뇌와 자폐 스펙트럼을 동시에 가진 신임 변호사 우영우(박은빈 분)의 대형 로펌 생존기를 그린 드라마다. 매회 최고 시청률을 경신하며 지상파에서도 기록하기 힘든 두 자릿수 시청률인 13%(21일 방송, 닐슨코리아 전국유료가구 기준)를 돌파하며 인기를 더해가고 있다. 이 드라마는 총 16부작으로, 현재까지 8회가 방영되며 반환점을 돌았다.
김용현 기자 fa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