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스틸러 김성규 “‘한산’ 항왜군사, 전란 속 인간의 고민 담아”

입력 2022-07-26 18:13 수정 2022-07-26 18:15
‘범죄도시’의 양태, ‘악인전’의 경호, ‘킹덤’의 영신….

배우 김성규는 꾸준히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 조연이었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그는 항왜군사인 준사 역을 맡았다. 전라 좌수사 이순신(박해일)의 활약을 담은 영화지만 해상전에서 육지전으로, 조선군과 왜군의 해상전에서 의병들의 싸움으로 이야기를 전개시키는 건 준사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항왜군사 준사 역을 맡은 배우 김성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개봉을 하루 앞둔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김성규는 “준사는 일본의 사무라이로서 주군을 배신하고 이순신에게 운명을 맡기는 인물이다. 전란 속에서 한 인간으로서의 고민이 있을 거라 생각했다”며 “관객들이 영화를 보면서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준사를 통해 이순신은 전쟁을 바라보는 자신의 시각을 드러낸다. 왜군 포로로 잡혀 온 준사가 “이 전쟁은 무엇을 위한 싸움이냐”는 질문을 던지자 이순신은 “의와 불의의 싸움”이라고 망설임 없이 답한다.

김한민 감독에게 처음 준사 역을 제안받았을 땐 쉽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김성규는 “준사는 분량을 떠나 메시지를 담고 있는 인물이고, 실제한 인물이면서 영화적 인물”이라며 “전작인 ‘명량’이 흥행한 데 대한 부담보다는 역할에 대한 고민이 컸고, 감독님께서도 함께 고민을 안고 가셨다”고 돌이켰다.


변발을 한 준사를 연기하기 위해 김성규는 삭발했다. 그리고 1년간 후속작 ‘노량’까지 촬영을 마쳤다.

그는 “배우로서 외형을 바꾸는 게 걱정거리는 아니었다. 오히려 빨리 머리를 밀어야 영화에 대한 책임감이 생길 것 같았다”면서 “첫 장면은 고문 받는 포로의 모습이라 산발을 하고 있었는데 연기가 어설프면 우스워 보일까봐 더 집중했다”고 말했다.

영화엔 왜군 수장 와카자키(변요한), 이순신과 조우하는 장면이 하나씩 등장한다. 김성규는 “대본을 봤을 때 걱정도, 기대도 있었다”며 “와카자키와 대면하는 신에선 마룻바닥에 무릎을 꿇고 있었는데 변요한이라는 배우가 주는 에너지와 기운이 커 연기하면서 자연스럽게 리액션을 받을 수 있었다”고 했다.


현장에서 선배 배우들이 연기하지 않을 때의 모습도 자주 봤다. 그는 “박해일 선배는 촬영하지 않을 때 차분하게 모두를 보고 계신다. 티를 내지 않고 많은 생각을 하시는 것 같은데 그 모습 자체가 제겐 너무 큰 사람처럼 보였다”면서 “변요한 배우는 촬영하지 않을 때도 에너지를 계속 드러내고 고민하는 모습이 많은 도움이 됐다. 그래서 연기도 관객들에게도 충분히 설득력이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일을 즐기는 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김성규는 “가토 역의 김성균 선배, 마나베 역의 조재윤 선배 등을 보면서 즐기면서 연기한다는 게 어떤 건지 체험했다”며 “연기적인 부분에 대해서도 선배들이 계셨기 때문에 젊은 에너지를 가진 배우들이 튀지 않고 밸런스가 잘 맞았다. 작품에 참여했다는 사실이 기분 좋다”고 말했다. 왜군과 조선군을 오가는 역할이다보니 왜군과 촬영할 때는 왜군과, 조선군과 촬영할 때는 조선군과 밥을 먹었다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전했다.


촬영은 고생스러웠지만 완성된 작품을 보니 기분이 좋았다고 그는 말했다. 김성규는 “예전에는 제 연기의 아쉬운 부분에 초점을 맞춰 작품을 봤다. 이번엔 영화라는 큰 그림 안에 내가 잘 들어가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며 “적재적소에 인물들이 배치된 균형감이 좋은 영화에서 제가 한 부분을 담당했다는 게 기분이 좋다. 의미있는 고생을 했다”고 자평했다.

김성규는 충무로의 ‘믿고 보는 배우’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지금까진 대체로 강렬한 인상을 가진, 강하면서도 불안한 내면을 가진 역할을 맡았다. 그는 “‘범죄도시’로 영화 일을 시작하면서부터 도드라지는 역할들이 주어져서 그런 지 한 작품 한 작품이 부담스럽고 두려웠다.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가졌다”며 “그런 모습이 감독님들께는 책임감 있게 보여지고, 믿어주시는 게 아닐까 한다”고 조심스레 말했다.

새로운 역할에 대한 갈증도 있다. 김성규는 “일상생활을 하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밥 먹었냐’고 물어보는 그런 역할도 해보고 싶다. 누군가의 안부를 묻거나 겸상하는 역이 없었다”며 웃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