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NA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의 ‘신드롬급’ 인기가 식을 줄 모른다. 지난달 29일 첫 방영 후 매회 시청률을 자체 경신하며 지난 21일 방영된 8회는 시청률 13%를 기록했다.
드라마의 연출을 맡은 유인식 감독과 문지원 작가는 26일 서울 마포구 스탠포드호텔코리아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우영우’의 기획 의도와 제작 과정, 드라마를 둘러싼 논란 등에 관해 입장을 밝혔다. 드라마는 이번이 처음인 문 작가는 과거 영화 ‘증인’에서도 자폐 스펙트럼 장애인을 다룬 적이 있다. 그는 “내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에 관심을 가진 계기는 스릴러 장르의 영화를 구성하다가 사건의 목격자가 자폐인이면 어떨까 하고 생각하면서부터였다”며 “이후 자료 조사를 하다가 자폐인의 특성이 매력적으로 보였다”고 밝혔다. 독특한 사고방식이나 엉뚱함, 강한 윤리의식과 정의감, 올곧음, 특정한 관심 분야에 대해 해박한 지식, 뛰어난 기억력 등이 그에겐 긍정적으로 다가왔다고 했다.
문 작가에겐 이 대본이 도전이었다. 그는 “자폐인이 등장하는 이야기를 쓴다면 대부분은 자폐가 없는 사람을 주인공이나 이야기의 화자로 설정하고 그 사람의 시선을 통해서 관찰되는 자폐인을 묘사하게 된다”며 “(이 작품은) 우영우를 주인공으로 하고 다른 매개인 없이 시청자와 직접 소통하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자폐 스펙트럼을 가진 이상하고 낯선 우영우에게 이렇게나 많은 사람이 감정이입을 하고 성장하는 건 기적 같으면서 마법 같은 체험”이라며 감사함을 표했다.
이 드라마는 법정물 중 드물게 ‘순한 맛’이다. 힐링 드라마에 가깝다. 주인공을 괴롭히는 특정한 악당이 없다. 문 작가는 “악당을 설정하지 않은 이유는 우영우가 변호사로서 활동하는 데 가장 큰 어려움은 자폐 그 자체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며 “자폐로 인해 생기는 어려움을 보여주면서도 사람들이 우영우를 응원하는 이유가 불쌍하고 안쓰러워서가 아니라 사랑스럽고 멋있어서이길 바랐다”고 전했다.
이날 유 감독과 문 작가는 ‘우영우’를 둘러싼 다양한 논란과 비판에 창작자로서 깊이 공감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유 감독은 “대부분 자폐인이나 가족은 우영우 같지 않기 때문에 겪게 되는 여러 일상생활의 어려움이 분명히 있다”며 “그들이 우영우를 보고 상대적으로 더 속상해하면 어쩌나 생각했고 실제 그런 사람들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대표할만한 인물은 아니라는 점도 분명히 했다. 문 작가는 “자문을 주신 교수님이 대본을 보고 ‘자폐인의 장점 중심적인 접근을 하는 게 마음에 든다’고 했다”며 “이들이 가진 특성이 얼마나 매력적이고 대단한지에 포커스를 맞추는 부분을 지지한다고 하셔서 힘을 얻었다”고 했다.
이들은 최근 논란이 된 ‘우영우 패러디’에 관해서도 첨언했다. 이 패러디가 자칫 자폐인 희화화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다. 유 감독은 “본인이 사랑하는 드라마 캐릭터를 한 번쯤 따라 하고 싶을 수 있다”면서도 “우리 드라마는 그동안 쌓아온 맥락 위에서 하는 행동이기 때문에 문제가 되지 않지만 드라마 바깥에서 특정 행동을 따라 하게 되면 다른 맥락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경계했다.
시청자들 사이에선 우영우와 같은 로펌 소속의 변호사 권민우(주종혁)가 장애인에 대한 배려를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장면이 회자됐다. 권민우가 지나친 공정 담론을 대변한다는 분석도 있었다. 문 작가는 권민우를 비판할 의도는 없었다고 했다. 로펌 ‘한바다’의 캐릭터들은 우영우 같은 인물이 대형 로펌에 갑자기 나타나면 주변 사람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상상해본 결과라고 했다. 그는 “창작자가 작품을 통해서 무언가를 말하려고 하는 걸 경계한다”며 “최수연처럼 살자, 권민우가 되지 말자 이런 이야기를 하려고 한 건 아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쏟아지는 호평 속에 가장 인상 깊었던 건 역시 비슷한 처지의 자폐인 가족이 보인 반응이라고 했다. 유 감독은 “박은빈 배우가 연기하는 우영우의 자폐적 특성을 사람들이 귀엽게 봐주는 걸 보면서 ‘내 아이에게서 나만 느끼고 있던 귀여움이 사회적으로도 사랑받을 수 있구나’하는 느낌 때문에 이 드라마를 사랑하게 됐다는 분이 있었다”며 “그걸 보고 촬영하다가 많이 울기도 했다”고 언급했다.
극은 변호사로서 영우의 성장스토리와 함께 ‘한바다’ 직원 준호(강태오)와 러브라인도 그린다. 문 작가는 “자신의 세계에 치중하는 영우가 사랑을 하면서 다른 사람을 자기 세계에 초대하고 발맞춰가는 부분은 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다”면서 “후반부에선 영우가 자폐인으로서 다른 사람을 받아들이고 함께 가는 것이 무슨 의미인지, 준호 역시 장애가 있는 여성을 사랑한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생각해보게 되는 모습을 보여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총 16부작인 이 드라마는 이제 중반부에 접어들었다. 후반부의 관전 포인트에 대해 유 감독은 “어떤 모습이 훌륭한 변호사인가에 대한 영우의 고민과 나름대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한바다’의 인물들이 각자 자기 인생의 고민에 맞닥뜨리고 변화와 발전하는 과정이 담길 것”이라고 귀띔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