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파 뿜어내는 ‘손풍기’…발암 위험 기준 최대 322배

입력 2022-07-26 17:13 수정 2022-07-26 17:21
환경보건시민센터 관계자가 26일 서울 종로구 피어선빌딩에서 열린 휴대용 목선풍기와 손선풍기의 전자파 문제 조사보고서 발표 기자회견에서 손선풍기의 전자파를 측정하고 있다. 뉴시스

최근 무더위로 사용이 늘어난 휴대용 목선풍기에서 발암 위험 기준의 최대 322배에 달하는 전자파가 나온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26일 이 같은 내용의 ‘휴대용 목 선풍기·손 선풍기 전자파 문제 조사보고서’를 발표했다. 센터가 대형마트나 서점 등 시중에서 판매되는 목선풍기 4종과 손선풍기 6종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다.

우선 4종의 목선풍기에서 평균 188.77mG(밀리가우스·전자파 측정 단위), 최소 30.38mG~최대 421.20mG의 전자파가 측정됐다. 이는 어린이가 장시간 전자파에 노출될 경우 소아백혈병 위험이 커진다고 알려진 4mG의 7~105배에 달하는 수치다.

세계보건기구(WHO) 국제암연구소(IARC)는 전자파를 그룹 2B에 해당하는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고, 4mG를 기준으로 삼았다. 그룹 2B는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 가운데 인체 자료가 제한적이고, 동물실험 결과도 충분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목선풍기에서 측정된 평균 전자파 수치는 주변에서 전자기기를 전혀 사용하지 않을 때의 전자파 수치를 의미하는 배경 값 0.3mG의 629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대 전자파는 4mG의 약 47배에 해당한다.

6종의 손선풍기에서는 평균 464.44mG, 최소 29.54mG~최대 1289mG의 전자파가 발생했다. 손선풍기 평균 전자파 수치는 배경 값 0.3mG의 1548배이자 4mG의 116배에 달하는 수치다. 최대치인 1289mG는 4mG의 322.3배에 달한다.

센터는 목 선풍기에 대해 위험성이 더 높다고 지적했다. 전자파는 발생원으로부터의 거리가 멀어질수록 감소하는데, 목 선풍기는 보통 목에 건 채 신체와 맞닿아 있어 가까이서 사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반면 손선풍기의 경우 거의 모든 이용자가 어느 정도의 거리를 두고 사용하게 되는 만큼, 위험성이 줄어든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6종의 손 선풍기 중 2개는 15㎝ 거리에서, 4개는 10㎝ 거리에서 전자파의 세기가 4mG 이하로 줄었다.

센터는 휴대용 선풍기에 대해 “최소 25㎝ 이상 안전거리를 두고 사용해야 하며, 어린이와 청소년들은 사용하지 않도록 안내해야 한다”고 밝혔다. 목 선풍기의 경우에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강조했다.

센터의 이 같은 조사결과에 대해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이날 “2018년에 시중에 판매되는 손 선풍기 45개 종, 작년 목 선풍기의 10종의 전자파를 측정한 결과 인체보호 기준을 충족했다”고 밝혔다. 이어 “센터의 이번 조사에 사용된 제품에 대해 국내외 표준절차에 따라 전자파 세기를 측정하고, 그 결과를 조속히 공개하겠다”고 했다.

이예솔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