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소리 높이는 안철수, 말 아끼는 권성동…차기 당권주자 ‘상반된 행보’

입력 2022-07-26 16:13 수정 2022-07-26 16:15
국민의힘 안철수 의원이 26일 오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위기를 넘어 미래로, 민·당·정 토론회 - 반복되는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연합뉴스

차기 당권주자로 꼽히는 안철수 국민의힘 의원과 권성동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상반된 행보를 보이고 있다.

안 의원은 최근 각종 현안에 대한 소신을 과감하게 밝히고 있다. 반면 권 대행은 당 공식 회의 발언을 제외하고 현안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고 있다.

두 차기 유력 당권주자들이 상반된 행보를 펼치고 있는 것이다.

안 의원은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높이며 존재감을 키우는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안 의원은 26일 김경수 전 경남지사 사면에 공개적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8·15 특별사면을 앞두고 대통합 차원에서 김 전 지사에 대한 사면 가능성이 거론되는 것에 우려를 나타낸 것이다.

안 의원은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김경수·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은 세계 민주주의 역사상 최대 규모의 댓글로 대선기간 여론을 조작한, 민주주의를 근본부터 붕괴시킨 중대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통령의 국정운영 철학이 담긴 사면 결정을 앞두고, 대선 여론조작 사범을 끼워 넣어 달라는 식의 요구는 정의롭지도 않고, 국민정서에 부합하지도 않다. 절대 면죄부를 줘선 안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이 김 전 지사 사면을 반대하는 배경에는 자신이 댓글 공작의 주된 표적이었던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월 국민의당이 낸 자료에 따르면 2017년 대선 당시 드루킹 일당이 조작한 댓글 가운데 안 의원을 겨냥한 비중은 51%에 달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사실 사면은 대통령의 정무적 판단이고 대통령의 권한”이라며 “그렇지만 김 전 지사 건은 절대로 용납하면 안 된다는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에 대해선 “경찰에 대한 국가 통제를 시스템화해 국민들이 투명하게 볼 수 있도록 하는 과정”이라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민의힘 권성동 당 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가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 의원은 지난 14일 페이스북 글에서는 탈북어민 강제북송 사건에 대해 “명백한 진상규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안 의원은 21일엔 “(이준석) 대표의 의혹이 해소될 때까진 권 대행 체제로 흔들림 없이 나아가야 한다”며 조기전대론을 일축했다. 또 같은 날 대우조선해양 하청 노조 의 파업 사태를 언급하며 “산업 생태계를 바꾸는 사회적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의원 측 관계자는 “안 의원이 당의 중진으로서 앞으로도 다양하게 의견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안 의원은 이날 국회에서 ‘팬데믹 시대의 과학적 방역과 백신주권’을 주제로 민·당·정 토론회를 열었다. 여당 의원 34명이 토론회에 참석했다. 정치권에선 안 의원이 공부모임을 매개로 본격적인 세몰이에 나서고 있다는 해석이 나왔다.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 겸 원내대표. 연합뉴스

반면 권 대행은 최근 부쩍 말을 아끼는 모습이다.

권 대행은 지난 25일 최고위원회의와 26일 원내대책회의 이후 기자들과 만나 별다른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권 대행은 이날 경찰국 관련 취재진의 질문에 “회의 모두 발언에서 다 말했다”며 답을 피했다.

권 대행은 지난 4월 원내대표 취임 이후 각종 회의와 행사 이후 빠짐 없이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진행해 왔다.

그랬던 권 대행이 사적채용 논란 관련 말실수로 구설에 오른 뒤 발언량 자체를 줄이는 것으로 분석된다. 권 대행은 지난 20일 부적절한 언급을 한 것에 대해 사과했다.

한 국민의힘 중진의원은 “원 구성 합의로 국회가 본격적으로 돌아가는 상황에서 원내대표가 당대표 역할까지 모두 맡는다는 게 물리적으로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음달 거대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새로운 지도부가 들어서면 이런 한계가 더 뚜렷해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다른 중진의원은 “야당은 원내와 원외를 분리해 공세를 시작할 텐데, 권 대행 혼자 이를 막기는 역부족일 것”이라며 “당 차원에서 권 대행을 어떤 식으로 지원할 지 지금부터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