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산’ 변요한 “왜장 와키자카, 빌런 아닌 안타고니스트”

입력 2022-07-26 14:31
“이순신을 다룬 영화의 왜장 역할이라고 단순히 ‘빌런’이라 생각하면 틀에 갇힐 것 같았다. 와키자카는 전장에서 치열하게 싸우는 장군, 사람 냄새 나는 인물, 빌런이 아닌 안타고니스트였다.”


26일 서울 종로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변요한이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와키자카 역을 연기한 데 대해 이같이 말했다. ‘한산’은 2014년 관객 1700만여명의 박스오피스 대기록을 세운 ‘명량’의 김한민 감독이 기획한 이순신 3부작 프로젝트 중 두 번째 작품이다.

변요한이 연기한 와키자카를 전작 ‘명량’에선 배우 조진웅이 맡았다. 변요한은 “예전에 영화는 봤지만 ‘한산’ 대본을 받은 후엔 떠올리지 않았다. 그래야 저만의 와키자카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영화에서 패기와 욕망이 있는, 불같은 와키자카의 모습을 만드는 데 방해되는 어떤 에너지도 용납하지 않았다. 폭발할 정도로 집중했다”고 돌이켰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왜장 와키자카를 연기한 배우 변요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영화에서 그는 100% 일본어 대사로 연기했다. 일본어 중에서도 임진왜란 당시에 쓰이던 고어(古語)를 공부해야 했다.

변요한은 “여러 분의 일본어 선생님과 연구했다. 현대어와 억양이 많이 달라 관객들에겐 어색할 수도 있다”며 “일본에서 사극을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에게 대본을 보내 검수 받기도 하고, 예전에 함께 작품을 했던 일본 배우들에게 피드백을 받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어 “최선을 다했지만 언어가 가장 중요한 건 아니었던 것 같다. 언어에 너무 얽매이면 감정의 입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라고 덧붙였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왜장 와키자카를 연기한 배우 변요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처음 촬영을 준비하면서는 빠르고 예민한 이미지의 와키자카를 생각하고 몸무게를 감량했다.. 변요한은 “세트장이 있는 여수에 가서 갑옷을 입었는데 전혀 맞지 않고, 장군같지 않았다. 아버지 옷 입은 아이같은 느낌이었다”며 “서울로 돌아와서 2주 안에 25㎏을 증량했고, 갑옷이 맞는 순간 자신감이 생겼다. 왜 이 옷을 나한테 입혔는지 알 것 같았다”고 했다.

가장 큰 과제는 이순신에 맞서는 감정을 표현하는 일이었다. 와키자카의 외형을 만들고 일본어 대사를 훈련하는 건 그 인물의 감정을 찾기 위한 노력들이었다. 난중일기를 읽으며 이순신 장군의 모습과 생각을 그려보고, 역사 공부를 했다.

변요한은 “거북선을 목격하고 공포에 질린 부하들에게 ‘두려움은 전염병이다’라고 말했지만 와키자카도 이순신을 두려워했다. 와키자카는 ‘나보다 더 주도면밀하고 치밀한 장군이 이순신’이라는 말도 했다”며 “감정을 어떻게 연기해야 할지 매 순간이 숙제같았고, 그게 해결되면 용기가 났다. 옆에 항상 많은 선배님들이 계셨다”고 떠올렸다.

영화 ‘한산:용의 출현’에서 왜장 와키자카를 연기한 배우 변요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제공

이번 영화는 강원도 평창의 VFX세트장과 전남 여수 야외세트장에서 촬영했다. 실물 크기에 근접한 조선의 거북선과 판옥선, 일본의 안택선 등이 세트장에 만들어졌다. 변요한은 “여수에서 거북선을 보고 숙연해졌다.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DNA가 끓어올랐다”며 “김한민 감독이 ‘명량’ 촬영 당시보다 발전된 기술과 환경을 만들어주셨다. 영화 속 거북선과 학익진을 보면서 그간의 부담감을 뛰어넘는 뿌듯함이 있었다”고 말했다.

연기를 시작한 지 10년이 훌쩍 넘었지만 영화가 개봉할 땐 늘 설레고 기분이 좋다. 변요한은 “천만 관객을 달성하면 좋겠지만 그게 중요한 기준은 아니다”며 “선배들이 ‘쉬지 말고 연기하라’고 하시는 데 동의한다. 연기하는 동안 늘 최선을 다해서 쏟아붓고, 그게 계속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